"체인지업 하나만으로는…" 무섭게 진화하는 원태인, KBO 토종 '넘버원 우완' 자격 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4.21 09: 4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24)에게 이제는 ‘토종’이란 수식어를 뗀 에이스 칭호를 붙여도 될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을 능가하는 팀 내 최고 투수로 명실상부한 삼성 에이스에 등극했다. 
원태인은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6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삼성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3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3승(1패)째를 거둔 원태인은 평균자책점도 3.38에서 2.63으로 낮췄다. 이 부문 리그 전체 4위로 국내 투수 중에선 NC 신민혁(1.98)에 이어 2위다. 
이날 한화전은 시작이 좋지 않았다. 1회 아웃카운트 3개를 전부 삼진으로 잡았지만 안타 1개, 볼넷 2개를 더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연과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는 등 1회에만 33개의 공을 던졌다. 실점 없이 1회를 넘어갔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긴 어려워 보였다. 

삼성 원태인. 2024.03.27 / dreamer@osen.co.kr

삼성 원태인. 2024.04.09 / foto0307@osen.co.kr

하지만 원태인은 2~4회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빠르게 안정을 찾으면서 투구수를 절약했다. 6회까지 102개의 공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총 투구수 102개로 최고 148km, 평균 146km 직구(39개)를 비롯해 체인지업(27개), 커터(16개), 슬라이더(15개), 커브(5개) 등 5가지 구종을 고르게 썼다. 
여러 구종을 원하는 곳으로 던지며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좌우 보더라인에 걸치는 직구로 3개의 루킹 삼진을 뺏어냈고, 변화구로 잡아낸 헛스윙 삼진도 4개 있었다.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잡은 삼진은 6회 요나단 페라자 상대로 잡은 것 1개뿐, 나머지는 3개는 또 다른 결정구 슬라이더로 잡아낸 것이었다. 
1회 페라자는 높게 형성된 슬라이더에 배트가 헛돌았고, 1회 최재훈과 6회 안치홍은 바깥쪽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배트가 따라나갔지만 허공을 갈랐다. 좌우 무브번트가 워낙 좋아 한화 우타자들이 애를 먹었다. 
원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지난달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 때 메이저리그 강타자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도 원태인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같은 팀 홈런왕 출신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원태인의 체인지업이 정말 좋다. 인상적이다”고 인정했다. 
삼성 원태인. 2024.03.27 / dreamer@osen.co.kr
삼성 원태인. 2024.03.27 / dreamer@osen.co.kr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우완 투수의 체인지업의 구종 특성상 우타자에겐 많이 쓸 수 없었다. 이에 원태인은 몇 년 전부터 슬라이더를 꾸준히 연마했고, 올해는 비중을 처음으로 30%까지 늘렸다. 지난해까지 통산 피OPS가 좌타자(.704)보다 우타자(.746)가 더 높았는데 올해는 좌타자(.756)보다 우타자(.550) 상대 기록이 훨씬 좋다. 여기에 느린 커브 비중도 지난해 3.3%에서 올해 7.6%를 높여 투구 레러토리를 다양화하고 있다. 
원태인은 “슬라이더가 시즌 초반에는 안 좋았는데 그립과 던지는 방법을 바꾸면서 타자들의 스윙이 나오고 삼진도 나오고 있다. 종보다 횡적인 움직임을 더 주고 싶어서 그런 연습을 많이 했고, 경기 때도 잘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며 “커브 비중도 많이 높이고 싶다. 커브로 홈런을 맞기도 했었지만 그것도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체인지업 하나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전처럼 슬라이더가 잘 움직이고, 아직 밋밋한 커브의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원태인은 그야말로 팔색조 투수가 될 수 있다. 직구 구위와 커맨드, 체인지업만으로도 이미 A급 선발인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클래스를 바라보고 있다. 
APBC 선발로 나선 이의리, 원태인, 곽빈, 문동주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19 / jpnews.osen.co.kr
지난 몇 년간 KBO리그 최고의 토종 최고의 우완 선발투수는 안우진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면서 잠시 리그를 떠났다. 그 사이 과연 누가 새로운 넘버원 우완이 될지 관심을 모았는데 원태인이 5경기(27⅓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함께 선발진을 이룬 두산 곽빈(5G 4패 ERA 6.18), 한화 문동주(4G 1승1패 ERA 6.27)는 공은 빠르지만 아직 기복이 있다. 롯데 박세웅(5G 2승2패 ERA 5.33)도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아 원태인에게 어느 때보다 시선이 간다. NC 신민혁(5G 2승1패 ERA 1.98)이 최고 스타트를 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커리어와 올해 초반 기세를 본다면 원태인이 토종 넘버원 우완 자리를 충분히 넘볼 만하다. 
에이스로서 원태인은 다른 것보다 이닝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는 “이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위치이고, 6이닝 이상 소화한다는 마음을 먹고 경기에 들어간다. 5이닝만 던져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좌완 (이)승현이가 좋은 피칭을 했지만 아직 우리 팀 4~5선발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도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고 책임감을 나타냈다.
삼성 원태인. 2024.04.02 / foto0307@osen.co.kr
삼성 원태인. 2024.04.02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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