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해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피프티 피프티는 어떤가. 신기록을 쓰면서 중소의 기적으로 주목받던 이들은 지금 그저 온갖 소송과 의혹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한 때 이례적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아직 다 아물지 못한 상처만 남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그룹 뉴진스에게도 데뷔 후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 뉴진스의 국내 컴백은 물론 일본 데뷔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 타격이 더 크다. 무엇보다 피프티 피프티가 써낸 영광의 기록들이 일련의 사태로 과거가 된 만큼, 뉴진스도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닐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22일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민희진 대표 등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 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증거 수집을 위해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하고 대면 진술 확보에 임한 것.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는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A씨 등이 경영권을 탈취해 독자 행보에 나서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 온 정황을 제보받고 즉각 대응에 나섰으며,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를 소집해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또 전산 자산 등을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필요시 법적 조치에도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번 어도어 사태는 지난 해 가요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소환하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해 초 ‘큐피드(Cupid)’라는 글로벌 히트곡을 탄생시키면서 크게 주목받았지만, 곧 소속사 어트랙트와 멤버들의 전속계약 분쟁,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의 템퍼링 의혹 등으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진실공방이 오가던 가운데 키나를 제외한 세 멤버들은 결국 어트랙트에 복귀하지 않았고, 법원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어트랙트 측은 이탈한 새나, 시오, 아란에게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전속계약 부당파기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신기록을 작성한 신인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던 피프티 피프티의 영광은 결국 과거가 됐다. 더 이상 피프티 피프티는 중소의 희망, 중소의 기적으로 불리지도 않는다. 오랫동안 이어진 소송과 잡음에 제대로 발목잡힌 셈이다. 더불어 가요계에는 템퍼링 주의보가 내려지며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어도어 사태는 가요계에도, K팝과 뉴진스의 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뉴진스는 오는 5월부터 아주 중요한 활동을 앞두고 있기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이들은 5월 24일 한국에서 더블 싱글을 발매하고, 오는 6월 21일에는 일본에서 정식 데뷔한다. 2024년의 본격적인 활동을 한 달여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가 타격은 고스란히 뉴진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민희진 대표의 입장문은 뉴진스의 활동을 더욱 우려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22일 이번 사태에 대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한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주장이었다.
문제는 민희진 대표가 자신과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를 강조하며, 아일릿에게는 공개적으로 ‘뉴진스의 아류’라는 꼬리표를 붙였다는 것. 민희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서 아일릿을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라며, ‘아류의 등장’이라고 강조했다. ‘제 자식’인 뉴진스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타 아티스트에 대한 무례함과 오만함이었다. 이는 고스란히 뉴진스의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하이브는 이번 어도어 사태와 별개로 뉴진스의 활동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브의 박지원 CEO는 23일 하이브 구성원들에게 어도어 사태와 관련한 메일을 전달하며, “불안한 마음 갖지 마시고 현재와 같이 맡은 바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아티스트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된 분들은 모두 각별히 애써 달라”라고 당부했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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