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19일 만에 1위에서 8위로 7계단이 떨어졌다. 거의 매 경기 접전을 펼치고 있지만 승부처에서 한 끗 차이 패배를 반복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23일 수원 KT전에서 6-9로 패했다. 1점차 뒤진 8회초 황영묵의 데뷔 첫 홈런이 터지며 6-6 동점을 만들었지만 곧 이어진 8회말 한승혁이 3점을 내주면서 허무하게 졌다.
이날 패배로 3연패에 빠지며 11승14패(승률 .440)가 된 한화는 순위가 8위로 떨어졌다. 지난 4일 대전 롯데전에 승리하며 개막 10경기 8승2패로 단독 1위를 달리던 팀이 19일 만에 순위가 7계단 하락한 것이다. 그 사이 5연패에 이어 두 번의 3연패를 당했다.
이 기간 15경기 한화는 3승12패로 승률 2할에 그치고 있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내달리며 벌어놓은 승수도 빠르게 까먹었다. 어느새 승패 마진 -3. 아직 시즌 초반이라 순위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개막 10경기 폭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팀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최근 15경기 12패 중 1점차가 4경기, 2~3점차가 각각 3경기로 10패가 3점차 이하 패배였다. 나머지 2경기도 4점차.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가 없지만 투타 양면에서 한 끗 차이로 밀리고 있다.
전반적인 기록으로 보면 이렇게 처져있을 팀이 아니다. 팀 타율 10위(.256), OPS 9위(.735)로 타선이 아쉽지만 팀 평균자책점 3위(4.32)로 마운드는 좋다. 기복이 있긴 하지만 류현진을 필두로 한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3위(3.93)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지만 불펜의 힘이 크게 약화됐다.
구원 평균자책점 7위(4.81)로 기록상 완전히 바닥은 아니지만 중간이 너무 헐겁다. 주현상이 마무리로 옮긴 뒤 15경기에서 세이브 기회가 2번밖에 없었다. 7~8회 중간을 틀어막아줄 투수가 약하다. 한승혁, 이민우, 장시환, 김범수가 이 역할을 나눠 맡았지만 주현상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다. 최근 9패 중 5패가 7~8회에 결승점을 내준 것으로 승부처에서 중간 불펜 싸움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불펜 핵심이었던 박상원, 김범수, 이태양, 한승주가 하나같이 난조를 보인 데다 필승조와 추격조를 오갔던 윤대경이 구위 저하로 아직 2군에 머물러있는 것도 아쉽다. 어쩔 수 없이 필승조 재구성이 이뤄졌지만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 벤치의 투수 교체 타이밍 잡기도 어려워졌고, 한 박자씩 늦은 교체로 악수가 이어지고 있다.
타선이 다득점을 몰아쳐 불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타선 침체도 꽤 오래 간다. 시즌 초반 돌풍의 중심에 있던 요나단 페라자와 노시환은 지난 6일 고척 키움전이 마지막 홈런으로 최근 13경기 연속 무홈런이다. 채은성은 손가락을 다쳐 짧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부상 전후로 타격감이 저조하다. 안치홍도 기복을 보이고 있고, 정은원과 문현빈도 차례로 타격감 저하 속에 2군으로 내려갔다. 신인 황영묵이 지난주부터 선발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공백도 컸다.
타선이 안 터지면 과감한 작전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팀 내에 발 빠른 선수가 부족하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팀 도루가 7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데 도루 실패는 11개로 성공률이 38.9%에 불과하다. 어설프게 뛰다가 흐름이 끊긴 게 부지기수. 안 뛰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다. 베이스 크기 확대로 발야구가 대세로 떠오른 시즌이지만 치는 것 외에는 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팀 구성의 허점이 드러난다.
설상가상으로 부상 악재도 겹쳤다. 올 시즌 3경기(12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2.19 탈삼진 13개로 좋은 구위를 뽐내던 선발 김민우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시즌 아웃된 것이다. 이른바 토미 존 수술로 1년 재활이 예상되는 김민우는 오는 30일 수술대에 오른다.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고 싶은 선수 본인 의지가 반영됐다.
특급 신인 황준서가 있어 지금 당장 선발진에 공백이 크지 않지만 문동주가 기복을 보이고 있는 게 불안 요소. 선발에 들지 못한 투수가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전체적인 마운드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데 김민우의 이탈로 이런 효과도 사라졌다. 향후 부상이나 부진 또는 더블헤더시 대체 선발 준비도 과제로 주어졌다. 여러모로 최원호 한화 감독의 머리가 아프게 됐다.
24일 KT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류현진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류현진은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5연패를 끊고 복귀 첫 승을 신고한 바 있다. 이날 KT를 상대로 팀의 3연패 탈출과 KBO리그 개인 통산 100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