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를 어떻게든 밟아야한다는 생각에 목젖이 시뻘게진 지도 몰랐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백업 포수 김기연(27)이 투혼의 목젖 블로킹으로 9회 리드를 지켜냈다.
김기연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3차전에서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두산이 4-2로 앞선 8회초 수비였다. 타석에 선두타자 김주원이 등장했고, 볼카운트 2B-2S에서 두산 최지강의 6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쳤는데 파울타구가 양의지의 글러브를 맞은 뒤 오른 손목으로 향했다. 양의지는 오른판을 그라운드 쪽으로 힘없이 내린 채 고통을 호소했고, 트레이너의 응급 처치 이후 김기연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김기연은 포수 마스크를 쓰자마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김주원, 박민우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으며 무사 1, 3루 상황에 처한 것. 그러나 1루주자 박민우가 견제사를 당한 뒤 3루주자 김주원이 권희동의 유격수 땅볼 때 홈에서 태그아웃되며 한숨을 돌렸고, 손아섭의 2루타, 맷 데이비슨의 볼넷으로 이어진 만루에서 투수 최지강과 함께 박건우를 우익수 라인드라이브 처리, 실점을 막았다.
마무리 정철원이 등판한 9회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두 김성욱, 서호철의 연속안타, 대타 박세혁의 사구로 무사 만루 역전 위기를 맞이한 상황. 투수가 홍건희로 교체된 가운데 김주원의 희생플라이로 실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꿨고, 2사 2, 3루에서 박민우를 자동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을 택했다.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2사 만루 위기. 김기연의 투혼이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홍건희가 권희동 상대 1루수 땅볼을 유도한 가운데 1루수 강승호의 홈 송구가 부정확하게 이뤄지면서 공이 원바운드 이후 김기연의 목젖을 강타했다. 김기연은 잠시 중심을 잃었지만 재빨리 홈을 밟으며 3루주자 서호철을 포스아웃 시켰다. 목 부위가 시뻘게진 상황에서도 홈을 밟는 투혼을 발휘하며 동점을 막아냈다. 비디오판독에서도 김기연이 간발의 차이로 먼저 홈을 밟은 게 확인됐다.
김기연은 이후 홍건희와 함께 손아섭의 삼진을 합작, 4-3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목에 공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홈플레이트를 밟아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포수 김기연도 칭찬하고 싶다”라고 김기연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김기연은 경기 후 “(양)의지 선배님이 갑자기 빠지셨기 때문에 어떻게든 리드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라며 “공이 갑자기 앞에서 튀면서 목에 맞았다. 그러나 아프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무조건 홈플레이트를 밟겠다고만 생각했다”라고 팀퍼스트 정신을 뽐냈다.
2016년 LG 2차 4라운드 34순위로 지명된 김기연은 2군 생활을 전전하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했다. 두산에서도 신분은 백업이지만 감격의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고, 지난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양의지의 체력 안배를 돕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김기연은 “두산이라는 팀에 와서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얻고 있다. 팬들도 정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다. 어떻게든 이 기회를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