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최정(37)은 프로야구 홈런 역사의 신기원을 작성하며 전설이 됐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3번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4-7로 뒤진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롯데 선발 이인복의 초구 127km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최정의
이로써 최정은 통산 468번째 홈런을 기록, '국민타자' 이승엽을 제치고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기록 달성 이후 경기는 잠시 중단됐고 기념 조형물 앞에서 추신수가 꽃다발을 전달했다. 그리고 롯데 주장 전준우도 꽃다발을 건네며 최정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최정은 지난 16일 문학 KIA전에서 SSG가 3-4로 지고 있던 9회 2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5구째 147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때려냈다. 이 홈런으로 통산 467번째 홈런을 기록하면서 두산 이승엽 감독의 KBO 역대 최다 홈런과 타이 기록을 수립했다.
하지만 최정의 신기록 도전은 허무하게 잠시 중단됐다. 지난 17일 문학 KIA전 선발 출장했지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윌 크로우의 150km 투심에 왼쪽 갈비뼈를 맞았다. 고통에 신음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강한 충격을 받았다. 교체된 최정은 검진을 받았는데 골절 진단이 나왔다. KIA 선수단도 미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추후 정밀 검진에서는 골절이 오진이었다. 단순 타박 진단을 받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최정의 신기록 시계는 잠시 멈췄지만 다시 돌아갔다. 23일 경기가 우천 취소가 되면서 공식 복귀전은 24일이 됐다. 그리고 복귀 첫 날, 최정은 한국 프로야구 홈런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새겼다. 아울러 역대 최초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까지 달성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05년 SK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정은 출장 기회가 적었던 데뷔 첫해는 홈런 1개에 그쳤다. 데뷔 첫 홈런은 2005년 5월21일 문학 현대전이었다. 최정의 홈런 역사가 시작된 날이었다.
이듬해 최정은 12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지난 시즌까지 무려 18시즌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정은 차근차근 홈런, 그리고 가파르게 홈런을 추가해 나갔다. 2011년 9월30일 문학 삼성전에서 통산 100홈런을 달성했다. 200홈런은 2016년 6월1일 대전 한화전, 300홈런은 2018년 7월8일 문학 한화전, 400홈런은 2021년 10월19일 광주 KIA전에서 달성했다. 그리고 이날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까지 달성했다. 다음은 최정과의 일문일답.
-신기록 소감은?
▲너무 후련하다. 시즌 전부터 달성하는 기록이 한 번에 겹치는 바람에 10홈런을 치는 거라 깨지는 것이어서 부담감 때문에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야구적으로 안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다행이고 기분도 좋다.
어릴 때부터 지도해주신 모든 타격코치님들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홈런 기록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홈런을 칠 때 느낌은?
▲치자마자 넘어가는 타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펜스 맞고 나올까봐 빠르게 뛰고 있었다. 다행히 넘어갔고 넘어가는 순간, 구단에서 세리머니 브리핑을 받은 게 있었다. 그거 생각했다. 원정 경기장이어서 민망했다. 홈 팬들 앞에서 축하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돌았다.
걱정했던 것은 지는 상황에 홈런 나오면 싫을 것 같았다. 제가 앞선 타석 기회 때 못 쳤고 3번째 타석에서 뜬금포 느낌으로 나왔다. 지는 상황에서의 홈런은 안나왔으면 좋겠다 했고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전해서 기분 좋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라운드 돌 때 담담해 보였는데?
▲ 지금 나오면 어떻하냐라는 생각도 했다. 오늘은 첫 타석부터 편하지 않았다.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홈런 2개 남았을 때부터 타석에서 편안하지 않았다. 표시한다고 찍어놓고 공을 바꿨는데, 투수 보기에도 미안했다. 앞선 타자들을 잘 잡고 그 공을 버려야 하니까 그런 것도 생각했다. 타석에 서면서 집중도 잘 안됐다. 이상했고 묘했다. 오늘 어찌됐건 기록을 달성해서 후련한다.
-사구 때문에 타격감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을지?
▲ 회복하는데 포커스를 맞췄고 처음에 골절로 나왔었는데, 공백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재검을 받고 타박으로 바뀌는 순간, 괜찮으면 무조건 뛴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뛰면서 감을 찾아가고 싶었다. 정말 장기간 쉬지 않는 이상, 3~4일 정도면 타격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준비는 전날 배팅 치고 사직에서 연습배팅하고 오늘 들어갔다.
-오늘 타격 훈련 때 홈런 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지?
▲ 어제보다 오늘이 방망이가 잘 돌았다. 복귀 후 세게 치는 것이 처음이라 어제는 방망이가 잘 안돌았는데, 오늘은 평소처럼 잘 돌았다. 홈런 칠 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첫 두 타석은 없었고 3번째 타석에서 나왔는데 결국 5타수 1안타였다.
-자신의 20년 커리어 돌아보면서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
▲ 그래도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능력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난 사구도 많이 맞았다. 그럼에도 한 시즌 전체 날린 시즌이 없었다. 그만큼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잘 못 맞아서 부러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렇게 많이 맞아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운이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 2012년 넥센 강윤구 선수에게 가운데 방향으로 홈런 쳤다. 타격 메커니즘을 바꿔보자 했던 시기였는데 그게 잘 맞았고 그때 느낌을 안 잊기 위해 노력했다. 그 홈런이 가장 생각난다. 신인 때 쳤던 홈런 1개가 기억이 생생했다. 여기가 프로구나 라는 생각했다. 홈런존에 쳐서 홈런 상금을 현금(100만원)을 받았다(웃음).
-어떤 노력을 가장 많이 했는지?
▲ 재밌는 게 있으면 잘하고 싶은 성격이다. 수비도 그렇고 김성근 감독님 계실 때 수비도 많이 했다. 수비도 기술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수비 는다는 게 느껴지니까 힘들다 소리 안하고 다 했다. 일단 재밌었다. 하나에 몰입하면 잠도 안 자고 하는 성격이다. 2012년 홈런의 터치감 놓치기 싫어서 계속 노력했다. 경기 때도 그런 느낌으로 치려고 했다. 타격 수비 송구 주루 중 재미없는 것 중에서도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느는 것이 느껴지면 더 기분이 좋고 설레였다. 또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야구가 지겹다고 생각한 적 있는지?
▲ 2014~2015년에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공부가 됐다. 그 덕분에 어려운 상황들이 있을 때 멘탈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스킬을 얻은 것 같다.
-동생 앞에서 홈런을 치게 됐는데?
▲ (최)항이랑 연락을 하면서 야구적인 것도 얘기를 많이 하고 롯데 가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런 얘기들을 했다. 홈런에 대해서는 얘기한 것은 없다. 인터뷰 끝나고 와서 축하한다고 말 못했다고 얘기하더라.
-동생이 인천 홈에서 치라고 했는데?
▲ 동생이 인천 가서 치라고 했고 동료들도 인천에서 치라고 했다. 그래도 빨리 나온 게 좋다. 시즌 초반이고 개인기록도 있고 팀 성적도 있어서 빨리 해치우고 시즌에 몰두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승엽 감독의 기록을 넘어섰다는 의미는?
▲ 가문의 영광이다. 대단한 기록을 세우셨던 선배님인데, 내가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게 실감이 안났다. 이런 대기록을 달성할 줄 몰랐는데 정말 실감이 안났다. 제 자신에게도 자랑스럽다.
-이승엽 감독이 600홈런 채우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 600홈런 못 칠 것 같고 500홈런은 욕심이 난다.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저 자신도 목표를 세우고 마음가짐을 바꿔보려고 한다. 이제는 큰 목표를 갖고 선수생활 이어가려고 한다.
-최정을 보면서 크는 거포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 홈런이라는 것은 경기를 뛰면서 나오는 것이다. 그 투수들을 이기기 위해 집중을 해서 타격을 하는데, 홈런만 생각하면 투수에게 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기본부터 해서 프로에 와서 느끼면서 업그레이드를 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홈런공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 구단이 가져갈 것 같은데, 이 홈런공 간직은 하고 싶다. 19년 연속 두자릿 수 홈런도 있어서.
- 홈런공 기증해주신 팬에게 한마디 하자면?
▲ 흔쾌히 기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구단에서 혜택을 해주신 덕분에 흔쾌히 기증 해주신 것 같은데, 그 혜택 잘 누리셨으면 좋겠다.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 소감은?
▲ 제 기록을 깨는 것들이 너무 좋았다. 그것을 유일한 목표로 생각했다. 달성하게 돼서 기분 좋다. 이제 편안하게 시즌을 치르고 타석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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