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추신수(42)는 20여 년의 커리어를 보상 받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24일 사직 롯데전 2회초 타석 때 좌중간 안타를 때려냈다. 이로써 추신수는 미국 빅리그와 한국 KBO리그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다.
추신수는 지난 2000년 캐나다 에드먼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직후 계약금 137만 달러를 받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했다. 이후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추신수는 5월4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첫 안타를 때려내면서 빅리그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 2006시즌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즈)로 트레이드 됐고 빅리그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꽃피웠다. 2013년 신시내티 레즈로 다시 한 번 유니폼을 갈아입은 추신수는 이 해 154경기 타율 2할8푼5리(569타수) 162안타 21홈런 20도루 112볼넷 OPS .885의 기록을 남겼다. MVP 투표에서 23점을 획득, 전체 12위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이후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었고 2020년까지 빅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빅리그 통산 16시즌 1652경기 타율 2할7푼5리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 OPS .824의 성적을 남겼다.
2021년, 추신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외파 특별지명 보류권을 갖고 있던 SK의 권리를 이어받은 SSG 구단이 추신수의 복귀를 추진했고 전격 국내 복귀가 결정됐다. 2011년 122안타, 2022년 106안타, 2023년 97안타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325안타를 때려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했고 또 개막전에서 우측 중지 손가락에 견제구를 맞으면서 이탈했다.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스스로 답답해 했다. 기록 달성 직전까지 타율 1할2푼5리(24타수 3안타)에 불과했다. 2000안타가 문제가 아니었다.
추신수는 “구단에서 신경을 써주셨지만 2000안타 기록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축하 받는 게 쑥스럽다고 할까 그랬다. 미국에서는 2000안타 기록을 의식했는데 한국에 와서 기록들을 다 내려놓고 왔다”라면서 “사실 2000안타 보다 제가 안타 치고 나가서 랜더스 세리머니를 하고 싶은데 볼넷이나 사구로만 나가니까 세리머니를 못했다. 근데 세리머니를 너무 하고 싶었다. 까먹을 것 같다는 농담도 했다. 어떻게든 안타를 치고 싶다. 맞히고 싶다는 그런 느낌이 더 컸다”라며 2000안타를 달성한 소회에 대해 멋쩍게 웃으며 설명했다.
추신수는 태어나고 학창시절 야구를 했던 부산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야구가 신기하다. 하늘에서 누군가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짜여진 각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라면서 “사직 팬분들께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직구장과 팬들은 저에게 야구를 지금까지 할 수 있게끔 했던 원동력이었다. 외삼촌(박정태)이 야구를 하면서 저는 매일 야구장을 집처럼 왔다갔다 했다. 주형광 코치님 등 모든 선배님들을 가까이 보면서 컸다. 그 팬분들의 응원 열기를 보고 야구를 했었다. 사직 팬 분들께 죄송하면서도 ‘제가 이렇게 잘 컸다’라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다. 부산은 항상 마음 속에 있다”라면서 고향에서 대기록을 달성한 남다른 소감을 설명했다.
추신수는 올해 주장을 맡으면서 은퇴를 예고했다. 여전히 더 뛰고 싶고 미국 빅리그 무대에 대한 미련도 남아있다. “지금도 빅리그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최고의 무대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하고 한 번만 더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한국에 오지 않고 2~3년 정도 더 뛸 수도 있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SSG로 오면서 후배들과 쌓은 교감도 공존한다. “한국에 오면서 우리 동생들을 만나게 됐고 정이 들었다. 제가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여기서 생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음이야 평생 하고 싶다. 정말 쓰러져갈 정도로 이 야구를 오래하고 싶은데, 한국에 와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미국을 가서 한국 야구를 다시 배우고 KBO와 SSG 랜더스의 동생들을 알아가면서 한국 야구가 어떠헥 앞으로 가야하는지 생각도 하게 됐다”라면서 “아직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못 느끼고 있다”라며 은퇴 시즌이라는 것을 아직 실감하지는 않는다고.
과연 추신수의 ‘라스트 댄스’는 얼마나 더 많은 안타, 얼마나 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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