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하면서 야구계가 시끌시끌하다. KBO가 ABS 운영사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투구 추적 판정 데이터를 이례적으로 미디어에 배포하면서 정면 반박했다.
한화 구단도 KBO의 관련 피드백을 받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26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KBO 자료를) 봤다. 현장(코칭스태프)에선 선수들을 통해 ABS존에 대해 듣는다. 아무래도 현재 우리 팀이 (성적이 떨어지면서) 예민해진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원호 감독은 "ABS 수치와 선수들의 감이 정확히 매치가 다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전에는 구장마다 존이 다르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23~24일 수원 KT전은) 첫 날과 둘째 날에 확 다르다고 얘기하니까 (존이) 바뀌었나 의심을 하게 된 상황이었다. 그걸로 인해 어수선해진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연패를 하다 보니 선수들도 이기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걸로 인해 경기가 어렵게 되니까 조금 더 예민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달리며 개막 10경기 8승2패로 구단 역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던 한화는 이후 급격한 부진에 빠져있다. 최근 17경기 3승14패로 깊은 수렁에 빠지며 순위도 8위까지 내려왔다. 팀 성적이 눈에 띄게 나빠지면서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커졌고, 그러다 보니 볼 판정 하나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올 시즌 6경기(32이닝) 1승3패 평균자책점 5.91 탈삼진 31개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복귀 첫 승을 신고한 뒤 17일 창원 NC전도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3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24일 KT전은 5이닝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으로 패전을 안았다. 팀이 3연패 중인 상황에서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하지 못했다.
KT전에서 류현진은 2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다 3회 조용호, 김상수에게 볼넷 2개를 주며 주자를 쌓은 뒤 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선두타자 조용호 타석 때부터 뭔가 꼬였다. 류현진은 상대 3구째 몸쪽 낮은 공이 볼 판정을 받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4구째 몸쪽 공도 볼 판정을 받자 류현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타자 조용호도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햇는지 타석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심판의 볼넷 판정이 나온 뒤에야 1루로 뛰어갔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김상수 상대로 던진 2구째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이 보더라인에 걸치는 듯 했으나 볼이었다. 류현진은 입술을 내밀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고, 3~4구 연속 볼로 볼넷이 되자 3루 한화 덕아웃을 향해 ABS존을 묻기도 했다. 지난 23일부터 덕아웃에 ABS 판정 수신기가 배치돼 ABS 콜을 확인할 수 있다.
25일 KT전을 앞두고 류현진은 취재진을 마주한 자리에서 ABS존에 대해 거센 불만을 토론했다. 그는 "3회 조용호 선수 상대로 3구째 공이 낮다고 볼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5회 3구째 공이 거의 같은 높이로 들어갔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5회 공이 더 빠져서 오히려 볼이 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류현진은 5회 조용호를 3구째 바깥쪽 직구로 루킹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ABS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KBO는 26일 ABS 운영사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투구 추적 판정 데이터를 공개했다. 미디어의 문의가 끊이지 않다 보니 한 번에 자료를 풀었는데 류현진의 등판 전날인 23일 KT전 문동주의 특정 투궤 대한 ABS 판정 데이터도 같이 공개했다. 류현진이 그 전날 존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것까지 데이터를 근거로 반박했다.
KBO는 "류현진 선수가 등판한 해당 경기 3회말 KT 조용호 선수의 타석 3구째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cm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서 볼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5회말 조용호 선수의 타석 3구와 3회말 3구를 비교해서 확인하실 수 있도록 해당 투구 데이터도 첨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