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 왕국’ 두산 베어스에 물건이 하나 들어온 것 같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옆집으로 옮긴 김기연(27)이 3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쓰고 두산의 연승을 이끌었다.
김기연은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8번타자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25일 잠실 NC전에 이어 3경기 연속 선발 출장. 23일 NC전에 8회 수비 중 파울 타구에 오른 손목을 맞은 양의지가 이날 지명타자로 나왔지만 선발 포수는 김기연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의지가 아직 수비는 조금 무리다. 100% 상태로 공을 던질 수 없다”며 “김기연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둘 다 같이 쓰면 우리한테 좋다.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차분하게 플레이를 하고, 투수들을 편하게 해준다. 두 번째 포수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진흥고 출신으로 지난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LG에 입단한 김기연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42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후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두산 지명을 받아 팀을 옮겼다. 양의지를 뒷받침할 포수가 절실했던 두산은 LG에 1라운드 양도금 4억원을 주고 김기연을 데려왔다.
두산은 지난해 양의지가 선발 포수로 나온 94경기에서 54승38패2무(승률 .587)를 거뒀지만 다른 포수들이 선발로 나온 50경기에선 20승30패(승률 .400)에 그쳤다. 장승현(37경기·14승23패), 안승한(8경기·3승5패), 박유연(5경기·3승2패)이 번갈아 선발 마스크를 썼지만 양의지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공수에서 양의지가 팀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 반대로 보면 백업 포수들의 성장이 미진하기도 했다. 양의지의 혹시 모를 부상 공백이나 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백업 포수 육성이 필수였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지난 6일 1군에 콜업된 김기연은 19일 잠실 키움전에서 첫 선발 마스크를 쓰고 팀 승리에 일조했다. 21일 키움전도 선발로 나섰던 김기연은 23일 NC전에서 양의지의 부상 이후 교체 투입됐다. 4-3으로 쫓긴 9회 1사 만루 권희동의 1루 땅볼 때 강승호의 짧은 원바운드 송구에 목젖을 맞는 충격에도 공을 다시 잡고 홈을 밟아 동점을 막는 투혼을 발휘했다. 두산은 이날 4-3으로 승리했다.
여세를 몰아 24~25일 NC전에 이어 26일 한화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쓴 김기연은 안정된 수비와 공격적인 투수 리드, 은근히 좋은 타격으로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25일 한화전에선 데뷔 첫 선발등판한 2년차 유망주 김유성과 호흡을 맞춰 5이닝 2실점을 합작하며 프로 첫 승을 도왔다. 이승엽 감독은 “영건 김유성과 호흡을 맞추며 안정적으로 리드한 포수 김기연도 칭찬하고 싶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경기 후 김기연은 “유성이의 첫 승을 함께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유성이의 구위가 초반부터 너무 좋아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직구 힘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변화구 비율을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경기 전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님, 또 유성이와 이야기한 포인트는 볼넷을 줄이는 것이었다. 자신의 공을 믿고 빠르게 승부하는 쪽으로 컨셉을 맞췄는데 유성이 구위가 좋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김기연이 선발 마스크를 쓴 5경기에서 두산은 3승2패를 거두고 있다. 안정된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 솜씨도 좋다. 아직 10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타율 3할2푼(25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OPS .786으로 타격이 꽤 좋다. 최근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데뷔 첫 홈런 포함 11타수 4안타 1볼넷으로 맹타를 치고 있다. 김기연이 이런 모습을 어느 정도만 유지해줘도 두산은 37세 양의지의 체력을 충분히 관리하면서 라인업 유동성을 더할 수 있다.
최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김기연은 “팀이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 지치고 있는 줄도 모르게 열심히, 즐겁게 야구하고 있다. 지칠 때가 아니다”며 웃은 뒤 “두산에 와서 보여드린 게 많지 않은데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는 게 실감난다.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그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는 목표뿐이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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