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 우투좌타 내야수 황영묵(25)을 지명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군필 선수이긴 했지만 데뷔 시즌에 25살이 되는 선수를 4라운드라는 비교적 높은 순번에 뽑아 눈길을 끌었다. 황영묵 스스로도 “예상보다 높은 순위라서 좋았다. 구단에서 나를 높이 평가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명 당시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유격수, 2루수, 3루수 수비가 다 되는 선수로 지금 현재 신인 중 타격 완성도가 제일 높다. 군대도 다녀왔고, 빠르게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기대대로 황영묵은 프로 데뷔 첫 해부터 1군 전력, 나아가 선발 유격수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4일간 벤치만 지키다 2군으로 내려간 황영묵은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뒤 1군에 다시 콜업됐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 8회 대수비로 1군 데뷔전을 치른 뒤 12일 대전 KIA전에서 교체로 나와 8회 데뷔 첫 타석에서 우측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어 14일 KIA전도 교체로 나와 9회 주어진 한 타석에 또 안타를 터뜨린 황영묵에게 16일 창원 NC전부터 선발 유격수 기회가 왔다.
27일 대전 두산전까지 10경기 연속 선발 유격수로 나간 황영묵은 2안타 멀티히트 두 번 포함 매 경기 안타 1개 이상을 쳤다. 어느새 연속 안타 행진은 12경기로 늘어났다. 시즌 성적은 14경기 타율 3할5푼(40타수 14안타) 1홈런 2타점 2볼넷 4삼진 OPS .870. 표본이 큰 것은 아니지만 12경기 연속 계속 안타를 친 것 자체가 웬만한 신인에게선 볼 수 없는 꾸준함이다. 역대 KBO리그 1군 데뷔 시즌 최다 연속 안타 기록은 2015년 삼성 구자욱의 23경기. 순수 신인 중에선 1987년 빙그레 이정훈의 22경기 연속 안타가 최다 기록이다.
27일 두산전에선 데뷔 첫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된 황영묵은 4타수 2안타 3득점 1볼넷 3출루 경기로 한화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황영묵은 “어떻게든 살아나가 점수를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시는 최원호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2번 타순은 처음이지만 자신 있었다. 어느 타순, 어느 포지션이든 항상 잘할 자신 있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적응기도 없이 빠르게 1군 무대에서 ‘즉시 전력’으로 통하고 있다. 대학 1학년 중퇴 후 일찌감치 독립리그로 향해 군복무 기간 포함 6년 장기 계획을 세우며 남들과 다른 길을 치밀하게 준비한 황영묵은 “(나이로 보면) 신인 아닌 신인이지만 신인 선수라면 거침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조금이라도 더 생각을 비우려고 한 것이 잘되고 있다. 앞으로 많은 시간들이 있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베테랑 선배님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대화도 많이 하고 있다. 프로 투수들은 변화구 제구가 좋은데 불리한 카운트에서 그런 공을 참아낼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립리그 4시즌 통산 타율 4할2푼5리(471타수 200안타)로 23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펼쳤던 황영묵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1군에 들어 시범경기까지 공수에서 야무진 플레이로 최원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지만 1경기도 못 뛰고 2군에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 5경기 타율 1할6푼7리(18타수 3안타)로 표면적인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타격 메커니즘을 다시 정립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는 “개막 엔트리에 들고 못 뛰었으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2군에 내려갔지만 언제 또 올라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2군에서 내가 생각한 타격적인 부분을 잘 정립하고 좋은 타이밍에 1군에 올라왔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돌아봤다. 지난 7일 퓨처스 마지막 경기 두산전에서 4타수 2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린 뒤 1군의 부름을 받았고, 그 기세가 12경기 연속 안타로 쭉 이어지고 있다.
최원호 감독은 황영묵에 대해 “내야 3개 포지션 수비가 다 되는데 안정적이다. 프로에 오기 전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해서 그런지 적응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타격도 기대 이상으로 좋다”며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훈련할 때 보면 상당히 절실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선수가 잘되면 더 좋다”고 그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했다.
황영묵은 “어느 선수들이나 다 간절하고, 절실하게 야구한다고 생각한다”며 “냉정하게 볼 때 (주전 유격수) 하주석 선배가 돌아오면 다시 경쟁해야 한다. 훌륭한 선배이고, 보고 배울 게 많다. 끝까지 경쟁한다는 마인드로 플레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준비해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