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능력이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21)이 이번에는 130m짜리 홈런이 아닌 짧은 번트 하나로 팀을 구해냈다. 지난 2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0-7 재역전을 이끄는 절묘한 기습번트를 성공시키는 등 5타수 2안타 1득점 1도루를 기록하며 제몫을 했다. 이 번트가 아니었으면 스윕패로 이어졌을 것이다.
KIA는 키움과의 고척스카이돔 주중 3연전을 모두 쓸어담고 의기양양하게 잠실야구장으로 이동했다. 26일 주말시리즈 첫 경기에서 5-1로 넉넉하게 앞서며 연승을 이어가는 듯 했으나 꼬이기 시작했다. 포수 김태군의 낫아웃 송구 망각에 불규칙 바운드까지 나오며 역전패했다. 27일 경기도 12안타1볼넷을 가지고도 3득점에 그치며 패했다.
4월9~11일 광주 3연전을 모두 KIA에 내준 LG의 설욕모드였다. 1회초 최형우의 선제 3점포가 터져 리드를 잡았으나 선발 윌 크로우가 버티지 못했다. 5-2로 앞선 5회말 5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LG 특유의 발야구와 짧은 스윙에 10안타를 맞고 7실점의 부진을 겪었다.
싹쓸이 3연패 분위기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7회 선두의 힘이 살아났다. 박명근이 올라오자 김선빈이 중전안타로 두들겨 물꼬를 텄다. 이범호 감독은 이날 부상회복후 긴급콜업을 받은 나성범을 이창진 대신 대타로 내세웠다. 잠실구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가져오려는 이 감독의 노림수였고 7구만에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김도영의 재치가 여기서 빛났다. KBO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의 퍼포먼스를 잠시 접었다. 2구째 커브가 들어오자 3루 선상으로 기가막힌 기습번트를 댔다. LG포수 박동원이 1루 송구를 포기하고 3루에 던질 정도였다. 그런데 박동원이 악송구를 범하며 한 점을 거져얻었다.
흐름을 가져오는 번트안타였다. KIA는 이어진 무사 2,3루에서 최형우의 동점 내야땅볼에 이어 이우성의 재역전 적시타가 나왔다. 8회 1점, 9회 1점을 더 보태 10-7로 승기를 잡았다. 크로우의 뒤를 이은 필승조 6명이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도 컸다. 마무리 정해영은 9회 세 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하고 11세이브를 거두었다.
김도영은 4월에만 10홈런을 터트리며 해결사로 떠올랐다. 엄청난 파워로 어떤 투수든 초대형 홈런으로 두들겼다. 그러자 상대투수들이 빠른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김도영을 유인하기 시작했고 주춤했다. 도전과 응전,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었다. 이번에는 김도영이 경기의 흐름을 꿰뚫는 번트로 다시 응전에 성공했다. 3연패했다면 KIA는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김도영의 번트 하나로 선두의 위용을 되찾았다.
김도영은 언제든 번트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측정한 결과 팀내에서 가장 빠른 주력을 보였다. 주자가 있을 때는 화끈한 한 방을 기대받고 있지만 이날처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번트로도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야구천재 이종범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김도영의 능력이 무궁무진하고 무섭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