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매 경기 홈런을 허용한다. 그리고 이 홈런이 승부처에서 나오면서 모두를 곤란하게 만든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애런 윌커슨(35)은 과연 언제쯤 지난해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윌커슨은 지난 2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팀의 시리즈 스윕패를 막지 못했다.
시리즈 스윕패 위기에 몰렸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윌커슨. 타선도 앞선 2경기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19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 중이었다. 윌커슨에게 쏠린 부담이 컸다.
타선은 최대한 안간힘을 썼다. 이날 1회 선취점을 뽑으면서 20이닝 만에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윌커슨은 1회 곧바로 2실점 하면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 양상이었다. 1-2로 뒤진 2회 손호영이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동점에 성공했고 3회 정훈의 적시타로 역전했다. 하지만 리드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4회말 김형준게 재역전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타선도 이후 반격하지 못했다. 윌커슨은 6회말 1점을 더 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반전을 모색하는 듯 했지만 윌커슨은 다시 무너졌다. 윌커슨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5.12로 상승했다.
현재 38⅔이닝 동안 33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면서 5개의 볼넷만 허용했다. 9이닝 당 볼넷은 1.16개로 4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제구력은 탁월한 수준이다. 그런데 장타를 펑펑 맞는다. 올 시즌 6개의 피홈런을 기록 중인데, 이는 볼넷보다 더 많은 수치다. 피장타율 .447도 규정이닝 투수들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윌커슨은 ‘사직 예수’로 불리며 후반기 에이스 노릇을 했다. 13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2.26(79⅔이닝 20자책점) 81탈삼진 20볼넷 3피홈런의 기록을 남겼다. 후반기 리그에서 손꼽히는 에이스 역할을 했고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재계약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윌커슨은 지난해 기대했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포심 패스트볼 구속 자체가 줄었다. ‘스포츠투아이’에서 측정한 PTS 데이터의 의하면 지난해 윌커슨의 포심 구속은 144.1km. 하지만 올해 구속은 142km로 떨어졌다. 상하 무브먼트는 지난해 26.1cm, 올해 28.6cm로 좋아진 편이고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RPM)도 지난해 2195.5회에서 2357.1회로 괜찮아졌다.
기본적인 구속이 떨어졌기에 구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포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커터의 무브먼트가 지난해보다 밋밋해졌다. 지난해 18.4%, 올해 24.7%의 비중을 차지하는 커터다. 지난해 상하 무브먼트는 16.3cm, 좌우 무브먼트는 0.2였다. 더 많이 떨어졌고 우타자 기준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더 많이 붙었다. 윌커슨의 커터는 상대 타자들이 대처하기 힘든 구종이었다.
하지만 올해 커터 비중이 더 늘었지만 상하 무브먼트는 18.4cm, 좌우 무브먼트는 -0.6이다. 좌우 무브먼트가 음수가 되면 우타자 몸쪽으로 향한다는 의미인데, 커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데이터로 드러난다.
구위가 떨어지고 무브먼트도 밋밋해진 주무기는 결국 타자들에게 쉽게 노출되고 먹잇감이 된다. 지난해 13경기에서 3개의 피홈런 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7경기에서 벌써 6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공인구 반발계수의 상승으로 타고투저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윌커슨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윌커슨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은 1승 5패 1무를 마크 중이다. 에이스의 역할을 못해주는 것은 물론, 달라진 KBO리그 상황에도 애를 먹고 있다. 과연 윌커슨은 타고투저를 버티고 지난해의 모습으로 반등할 수 있을까. 윌커슨의 반등이 롯데의 최하위 탈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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