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MVP를 수상한 투수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다녀간 뒤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스스로도 이런 변화가 신기한 듯하다.
페디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8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 호투로 화이트삭스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승째를 거둔 페디는 평균자책점을 2.73에서 2.60으로 낮췄다.
주무기 스위퍼(55개)를 중심으로 싱커(25개), 커터(24개), 스플리터(7개)를 구사한 페디는 최고 구속이 시속 94.7마일(152.4km)까지 나왔다. 4가지 구종 모두 결정구로 삼아 삼진을 잡을 만큼 커맨드나 움직임이 좋았다. 지난해 한국에 오기 전까지 던지지 않았던 스위퍼, 스플리터가 특히 위력적이었다.
9회 데뷔 첫 완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준 뒤 투구수 108개에서 강판됐다. 8⅓이닝은 2017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7시즌 통틀어 페디의 개인 최다 기록. 지난 1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5⅔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2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11탈삼진 1실점에 이어 3경기 연속 호투라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지역지 ‘시카고 선타임스’는 ‘한국프로야구에서 MVP를 수상한 뒤 메이저리그 복귀한 페디는 미국에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변화가 미국에서도 잘 통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활약으로 비관론은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페디는 좌타자 상대에 도움이 되는 체인지업과 싱커의 향상으로 발전을 입증했다. 우타자 상대로 사용하는 스위퍼도 있다. 평균자책점을 2.60으로 낮춘 페디는 명실상부한 화이트삭스 최고의 선발로 떠올랐다. 6경기 중 5경기를 2실점 이하로 막았다’며 ‘경기 시간이 2시간6분에 불과할 만큼 빠르고 효율적인 투구로 수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페디는 “내가 지금 얼마나 다른 선수인지 보여주는 증거다.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두 자릿수 가까운 삼진을 잡으면서 긴 이닝을 던졌다고 하면 아마 조금 웃었을 것이다”며 “항상 머릿속에 ‘내가 여기서 계속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페디 자신의 말대로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별 볼 일 없는 투수였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였지만 2017년 데뷔 후 2022년까지 6년간 102경기(88선발·454⅓이닝) 21승33패 평균자책점 5.41에 그쳤다. 흔히 볼 수 있는 실패한 유망주로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해 NC 다이노스와 계약한 뒤 한국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겨우내 새로 연마한 스위퍼를 통해 KBO리그를 평정하며 MVP를 수상했고, 잃어버린 자신감도 찾았다. 시즌 후 2년 1500만 달러에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에 복귀했고, 첫 해부터 강력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