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주장이자 내야수 양석환(33)은 시즌 전 미디어데이 때 ’꼰대’를 자처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꼰대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강하게 선수들을 이끌어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후배 투수 곽빈은 양석환이 어떤 주장인지에 대해 “꼰대 맞다”고 거들었다.
‘꼰대 주장’답게 느슨한 플레이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양석환은 2회말 수비가 끝난 뒤 이닝 교대 시간에 3루 덕아웃 앞에서 야수들을 불러 모았다. 1회초 5득점으로 기선제압했지만 2회말 수비에서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가 반복되면서 4실점, 순식간에 5-5 동점이 된 뒤였다. 선발투수 최준호는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며 1⅔이닝 5실점(2자책)으로 강판됐다.
이날 대전 지역 기온은 27도로 초여름 날씨의 낮경기이고, 최준호가 볼넷 3개를 허용하며 제구 난조를 보여 야수들이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긴 했다. 그래도 5점차 리드를 2이닝 만에 날렸으니 선수단으로선 정신무장이 필요했다. 주장으로서 양석환이 가만 있지 않았다.
두산은 3회 1점을 더 내주며 5-6으로 역전당했지만 4회 조수행의 기습 번트 안타와 2루 도루를 시작으로 김재환의 스리런 홈런이 터지며 9-6 재역전에 성공했다. 5회에는 양석환의 만루 홈런 포함 6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굳혔다. 17-8로 승리한 두산은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이탈한 상황에서도 3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이날 스리런 홈런 2방 포함 3안타 6타점을 폭발한 김재환은 2회말 종료 후 미팅에 대해 “(양)석환이가 너무 좋은 말을 했다. 투수들이 힘들게 던지고 있는데 야수들이 조금 더 집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미팅했다. 야수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양석환은 “승리는 기쁘지만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다잡기 위해 경기 중 미팅을 소집했고, 조금 강한 어조로 의견을 전달했다”며 “벌써 30경기 이상 시즌이 진행됐는데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나 투수들의 승부하는 방식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주장으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나를 포함한 선수단 모두가 그 부분을 스스로 생각해 앞으로 경기 내용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21년 3월 LG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 거포 본색을 발휘하며 주전 1루수로 거듭난 양석환은 지난해 시즌 후 4+2년 최대 78억원 FA 계약으로 팀에 남았다. FA 계약 첫 해부터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지만 초반에 타격감을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지난 21일 잠실 키움전 더블헤더 1차전까지 시즌 타율 1할대(.198)에 그칠 정도로 고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같은 날 더블헤더 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로 반등 계기를 마련하더니 지난주 6경기 타율 4할4푼(25타수 11안타) 3홈런 12타점 OPS 1.280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확실히 살아났다. 시즌 성적도 32경기 타율 2할5푼5리(110타수 28안타) 6홈런 24타점 OPS .814로 끌어올렸다.
양석환은 “개인적으로 시즌 초반에 워낙 안 좋았다. 답답한 감은 있었지만 결국 야구는 평균적인 수치를 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조급하진 않았다. 결과가 하나씩 계속 좋게 나오면서 기분 전환도 되고 있는 것 같다”며 “팬분들께 늘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선수단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