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파이어볼러 문동주(20)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대체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한화는 지난 29일 우완 투수 문동주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좌완 투수 이충호를 등록했다. 문동주가 부상이나 몸 관리가 아닌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내려간 것은 2022년 데뷔 후 처음이다.
문동주는 올 시즌 6경기(26⅔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8.78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5이닝 이상 던진 투수 35명 중 유일한 8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가장 높다. WHIP (2.21), 피안타율(.380) 모두 같은 기준으로 리그 최악이다.
지난주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난조를 보였다. 지난 23일 수원 KT전 4⅔이닝 7피안타 2볼넷 1사구 4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고전했고, 28일 대전 두산전 3⅓이닝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1사구 1탈삼진 9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9실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
이런 성적만 보면 문동주의 2군행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화 팀 사정을 둘러보면 문동주를 2군에 내린 것이 절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김민우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가운데 지금 당장 대체 선발로 쓸 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1군 불펜 자원 중에선 롱릴리프 이태양과 장민재가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 다만 이태양은 시즌 전 이석증 영향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2군에서 잠시 조정기를 거쳤다. 1군 복귀전이었던 28일 대전 두산전에선 5회 양석환에게 만루 홈런을 맞는 등 8경기(7⅔이닝) 1패 평균자책점 8.22에 그치고 있다. 지난 16일 1군에 콜업된 장민재는 3경기(6이닝)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지만 28일 두산전에선 2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고전했다.
2군에선 남지민, 정이황, 조동욱, 배민서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1군에서 통산 30경기 선발등판 경험이 있는 남지민이 대체 선발 후보로 꼽힌다. 퓨처스리그 5경기(2선발) 1패2홀드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 중이지만 9⅔이닝 10피안타 7사사구 5탈삼진으로 투구 내용은 썩 좋지 않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27일 두산전에 2⅔이닝 6피안타 2볼넷 1사구 1탈삼진 7실점(2자책) 패전을 안았다.
기대할 만한 대체 선발들의 컨디션이나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동주가 2군에 갔다. 1군 엔트리 재등록까지 10일이 필요한데 최소 한 번은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뛰게 됐다.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재정비가 필요하기에 10일 뒤 콜업도 확신할 순 없다.
가뜩이나 한화는 최악의 4월을 보내며 갈수록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월에는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4월 들어 5승17패(승률 .227)로 곤두박질쳤다. 그 사이 5연패, 3연패, 6연패를 거듭하면서 한때 1위였던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다. 불펜 난조와 타선의 기복이 시즌 내내 이어져온 가운데 시즌 초반 한화의 강점이었던 선발 야구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5명의 선발투수가 6경기 모두 5실점 이상 허용하면서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문동주를 2군에 내려보낸 것은 지금 상태로 계속 둬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2군에서 잃어버린 투구 밸런스와 제구를 찾고, 피칭 디자인을 재정립해야 한다. 리스크를 감수한 한화로선 문동주가 제대로 된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남은 시즌 반등이 정말 어려워진다. 문동주와 팀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