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포수의 반전이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앞서 진행된 취재진 브리핑에서 자리에 앉자마다 "오늘 (장) 성우가 안나온다. 뭘 잘못 먹었는지 설사를 한다. 같이 먹은 사람들은 괜찮았다고 하던데"라며 한 숨을 몰아쉬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할4푼 3홈런 12타점을 몰아치며 타선의 든든한 축으로 돌아온 장성우 였기에 얼굴이 어두울 수 밖에 없었다. 상위타선에서 만든 찬스가 걸리면 어김없이 득점타를 올렸다. 화끈한 장성우 대신 지난 17일 1군에서 콜업을 받은 조대현을 9번 포수로 기용했다.
유신고 출신으로 2018년 2차 10라운드에 낙점을 받았다. 10라운더였으니 무명의 시절이 길 수 밖에 없었다. 2022년 6경기에 출전해 4타석을 소화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 3할3푼3리를 기록하자 콜업을 받았다. 1군에서는 1이닝 백업 포수 정도로 대수비를 했다. 조대현은 두근두근 데뷔 첫 선발출전이었다.
그런데 장성우 못지 않은 타격과 리드솜씨를 보였다. 2회 1사후 첫 타석에서는 중전안타를 터트렸다. 지난 28일 SSG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생산한데 이어 2경기 연속 안타였다. 1번 천성호의 병살타가 나와 득점은 못했다. 4회는 무사 1루에서 번트사인이 나오자 차분하게 성공시켜 추가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5회 1사1,2루 세 번째 타석은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는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9회 5번째 타석기회가 찾아왔고 2사후 우전안타를 터트렸다. 데뷔 첫 멀티히트였다. 1회부터 9회까지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을때까지 마스크를 썼다. 웨스 벤자민과호흡도 잘 맞추며 온전히 한 경기를 스스로 이끌었다.
이날 팀은 11-4로 대승을 거두고 시즌 12승째(20패)를 챙겼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점점 제모습을 되찾아가는 시점에서 귀중한 승리에 힘을 보탰다는 점이 박수를 받을만했다. 경기후 벤자민도 조대현에게 "나이스 배팅"이라고 격려를 해줄 정도로 고마움을 전했다.
조대현은 "첫 선발 출전인만큼 잘 하려기보다는 하던대로 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재밌었다. 오늘 경기 전부터 타격 부분은 자신이 있었다.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타격하려고 했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결과도 괜찮았다. 수비에서는 공격 때 아쉬웠던 부분을 잊어버리고 차분하게 임하려고 했다"며 소감과 비결을 밝혔다.
이어 "벤자민이 처음 왔을 때 익산에서 합을 맞춘 경험이 있다. 오랜만에 합을 맞추게 됐는데, 벤자민이 최근 잘 던지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벤자민 형도 경기 전에 '내가 변화구를 많이 던지고 무브먼트가 큰데 잘 잡을 수 있겠냐'고 걱정해주기도 하고, 경기 중에는 내가 편하게 수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벤자민의 우려를 씻어낸 활약이었다.
조대현이 온전히 한 경기를 소화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KT에게는 값진 수확이다. 강백호의 포수전환이 유효한 가운데 또 한 명의 백업포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장성우 형이 힘들 때 뒤에서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그런 포수가 되고 싶다"며 소망했다. /sunny@so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