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은 지난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터뜨리며 8-7 승리를 이끌었다.
정훈은 6-6으로 맞선 9회 2사 3루서 삼성 셋업맨 김재윤과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슬라이더(126km)를 잡아당겨 좌월 2점 아치로 연결했다. 롯데는 삼성을 8-7로 꺾고 5연패 후 2연승을 달렸다.
김태형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해줬다. 정훈이 결승 홈런뿐만 아니라 주포지션이 아닌 3루 수비를 잘 소화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취재진과 만난 정훈은 “9회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께서 직구 또는 변화구 하나만 노리고 들어가라고 하셨다. 어차피 투 아웃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과감하게 휘둘렀는데 운좋게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롯데는 순위표 맨 아래에 머물러 있다. “한 경기 이기는 게 너무나 간절하다”고 밝힌 정훈은 “(전)준우 형과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버팀목 역할을 하며 후배들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런데 야구가 제 마음대로 안 되니까 많이 답답하고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그는 “오늘처럼 후배들이 조금씩 기댈 수 있는 선배가 되어 팀 성적이 올라가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훈은 “최근 들어 계속 지다 보니 후배들도 경기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더라. 후배들이 너무 많은 무게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후배들에게 ‘너희가 해야 할 부분만 하면 된다. 결과는 나와 (전)준우 형 같은 베테랑이 책임질 부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롯데의 영구결번 레전드 출신 이대호와 친형제처럼 지내는 정훈은 “항상 연락을 많이 주신다. 저에 대한 애정을 묵직한 말로 표현해주신다. 야구를 안 본다고 하면서도 제가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다 꿰고 있다. 결과가 안 좋으면 팩폭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 중인 이대호는 정훈을 향해 “나는 잘 치는데 넌 뭐하냐. 정신 차려라”고 호통도 친다. 물론 정훈이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정훈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라운드에서 (후배들을 위한) 버팀목이 되라는 의미에서 후배들에게 인사를 받고 많은 연봉을 받는 건데 지금에서야 선배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더 열심히 하면 후배들도 따라오지 않을까. 우리 팀이 이렇게 있을 레벨은 아니다.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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