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홈런에 황당한 볼 판정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타석에서 불운과 함께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모두가 놀란 슈퍼캐치로 제 몫을 다했다.
이정후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2할4푼8리가 됐다.
이정후는 이날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로 에이스 애런 놀라를 맞이했다. 놀라는 올 시즌 4승1패 평균자책점 3.32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7년 1억72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맺으며 필라델피아 ‘원클럽맨’을 자처했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1회 첫 타석부터 과감하게 돌았다. 1회 첫 타석에서 1볼 1스트라이크에서 91.2마일 포심을 받아쳤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아쉬운 것은 2회 두 번째 타석이었다.
2회 1사 1,2루의 득점권 기회에 등장한 이정후는 1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2구째 몸쪽 91.9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렸다. 역시 큼지막하게 우측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타구는 우측 파울 폴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파울 홈런이 됐다. 결국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 승부까지 이어갔지만 유격수 뜬공에 그쳤다.
4회 3번째 타석에서는 황당한 볼 판정이 이정후를 흔들었다. 1볼에ㅐ서 2구째 몸쪽으로 파고드는 너클 커브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MLB 게임데이에 표시되는 스트라이크 존에는 명백한 볼이었다. 1볼 1스트라이크가 됐다. 그리고 3구째 78.5마일 너클 커브도 낮게 떨어진 듯 했지만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존에 살짝 걸친 것으로 표시됐지만 역시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공이었다. 결국 1볼 2스트라이크로 몰렸고 4구째 91.1마일의 포심에 파울팁 삼진을 당했다.
7회 무사 1루에서 맞이한 4번째 타석. 오리온 커커링을 상대한 이정후.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4구와 6구, 7구째를 파울로 걷어내며 끈질기게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8구째 85.3마일의 스위퍼를 때려냈다. 이때 이정후는 1루까지 전력 질주를 했고 2루수 브라이슨 스탓이 1루 선행주자를 확인하는 사이 1루에 먼저 도달했다. 이후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이어간 샌프란시스코였지만 호르헤 솔러의 유격수 병살타가 나오면서 1점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이후 이정후는 홈을 밟지 못했다.
9회 1사 1루에서 5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필라델피아 마무리 호세 알바라도를 상대한 이정후.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바깥쪽 92.1마일 커터를 건드려 유격수 땅볼을 만드는데 그쳤다. 1루 주자를 2루에 보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아쉬움을 수비로 이어가지 않았다. 수비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1회말 카일 슈와버의 105.5마일짜리 강한 타구를 담장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내며 장타를 막았다. 기대타율 9할5푼이었고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가운데 4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타구였다.
더 놀라운 수비는 4회말 나왔다. 4회말 선두타자 요한 로하스의 날카로운 타구를 쫓아가서 걷어냈다. 앞서 슈와버의 타구보다 타구 속도는 101.7마일로 느렸지만 발사각이 20도로 낮았다. 하지만 이정후는 끝까지 시선을 놓치지 않고 글러브를 뻗었다. 글러브 끝에 타구가 걸리면서 호수비를 완성했다. 마운드의 조던 힉스가 두 팔을 들어서 이정후의 슈퍼캐치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4로 패배를 당했다. 필라델피아 4연전 시작을 패배와 함께 시작했다. 시즌 15승18패가 됐다. 선발 조던 힉스가 4이닝 4피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빠르게 내려왔고 타선에서도 별다른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