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일일 관중 10만명만 벌써 3번째로 꿈의 1000만 관중 시대를 열 것 같은 기세다. 한때 불거진 야구 인기 위기론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4일 잠실 두산-LG전(2만3750명), 문학 NC-SSG전(2만2079명), 수원 키움-KT전(1만4620명), 대구 롯데-삼성전(2만4000명), 광주 한화-KIA전(2만500명) 등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경기에는 총 관중 10만4949명이 입장했다. 2024시즌 KBO리그 일일 최다 관중 기록. 지난 3월23일 개막전 5경기 10만3841명, 지난달 21일 더블헤더 포함 8경기 10만3961명 이어 올 시즌에만 일일 10만 관중이 3번째다.
한 해 일일 관중 10만 명을 3번이나 넘긴 것도 처음이다. 2016년, 2017년, 2019년, 지난해 2번씩 일일 관중 1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올해는 전체 일정의 24.7%를 소화한 시점에 벌써 3번이나 일일 10만 관중을 찍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역대급 흥행 대박. 지난해 1년간 매진이 총 46번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52번으로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2022년부터 야구 인기가 회복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정점을 찍을 기세다. 4일까지 총 178경기에서 251만9407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평균 관중 1만415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역대 최다 평균 관중 기록은 2012년 1만3451명인데 12년 만에 이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KBO는 지난달 27일 2012년(126경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빠른 148경기 만에 200만 관중(202만8999명)을 돌파했다. 4일까지 산술적으로 올해 총 관중 1019만860명 페이스. 2017년 역대 최다 840만688명을 넘어 최초로 900만, 나아가 1000만 관중까지 가능할 만큼 엄청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평균 관중은 LG(1만8509명), 두산(1만7856명), KIA(1만6617명), 삼성(1만5332명), 롯데(1만5058명), SSG(1만4454명), 한화(1만1935명), 키움(1만1036명), KT(1만594명), NC(9634명) 순으로 NC를 제외한 9개 구단이 홈 관중 1만 명을 넘기고 있다.
KBO리그 흥행 공식은 인기 구단의 호성적이다. 올해도 전국구 인기팀 KIA가 1위를 달리며 흥행을 주도하고 있고, 전통의 강팀 삼성이 3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한화와 롯데가 9~10위로 처져있다. 전년도 우승팀 LG도 5위로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인기 팀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꾸준한 관중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개막 10경기 8승2패로 기세를 올리다 9위로 떨어진 한화는 류현진 복귀 휴과 속에 개막 후 16경기 연속 포함 지난해 최종전부터 17경기 연속 매진으로 KBO 기록을 세웠다. 1995년 삼성이 갖고 있는 시즌 최다 홈 36경기 매진도 기대할 만한 페이스.
지역 연고제가 뿌리 깊게 박힌 KBO리그는 어느 종목보다 견고한 팬층을 자랑한다. 고정 팬층이 확고한데 신규 팬들의 유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가 활동으로 야구장을 찾아 응원 문화를 즐기는 팬층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을 비롯해 공연 문화가 위축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가성비 좋은 야구장이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각 구단들도 다양한 이벤트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신규 팬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야구 예능이 화제성 최고 프로그램으로 떠오르면서 젊은 여성팬들의 증가도 눈에 띈다. 이들은 승패를 떠나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아이돌 같은 새로운 팬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부터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지긋지긋한 판정 논란이 크게 줄었고, 피치 클락 시험 운영으로 평균 경기 시간이 7분이나 줄어들며 스피드업을 이룬 것도 야구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스포츠라는 인식을 지우는 데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물론 지금 이 폭발적인 흥행이 시즌 내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봐야 한다. 보통 4~5월 봄철에 구름 관중이 몰리고, 더위가 찾아오는 6월부터는 관중 감소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7월26일부터 8월11일까지 열리는 파리올림픽 기간도 야구에 집중된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 여름을 기점으로 순위 싸움이 일찍 갈리면 시즌 후반 관중을 끌어모을 동력도 사라지게 된다. 하위권 팀들의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