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 동안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선수는 다저스에 없었다. 오타니와 함께하는 10월은 분명 다른 느낌이다.”
LA 다저스의 목표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에 끝나지 않는다. 사실 지구 우승 타이틀은 다저스에 싱거운 목표다. 이미 지난 11년 가운데 10번이나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8년 연속 지구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언제나 정상 전력에 가까이 있었던 다저스 였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고작 한 번 뿐이었다. 그것도 2020년 코로나19로 60경기 단축시즌으로 치러졌던 시즌이었다. 그렇기에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혹자들 사이에서는 폄하받고 있다. 다저스 역시 이러한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풀타임 시즌’ 우승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구단 안팎에서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난 2년 동안 각각 111승, 106승을 거뒀지만 월드시리즈 문턱조차 다가서지 못했다. 2022년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탈락했고 2023년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모두 디비전시리즈 관문이었다.
다저스는 이를 악물고 올 시즌을 준비했고 지갑을 열었다.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 계약을 체결하며 세기의 계약을 완성시켰다. 여기에 지불유예 계약까지 맺으면서 타일러 글래스노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투타 추가 전력들을 영입하는데 힘을 보탰다.
올해 다저스는 기대대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23승13패로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4~6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최고의 팀을 놓고 항상 자웅을 겨루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불러들여 시리즈 스윕에 성공했다.
‘미리보는 가을야구’ 분위기에서 다저스는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 중심에 오타니가 있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커리어 내내 경험할 수 없었던 가을야구 느낌의 분위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12타수 8안타 3홈런 6타점으로 시리즈를 지배했다. 4일 경기 연장 승부치기 상황에서 동점타를 때려내면서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5일 경기에서는 홈런포를 다시 가동했고 6일에는 선제 투런포와 쐐기포 등 4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오타니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8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한 오타니는 좌완 A.J. 민터의 초구, 93.8마일(151km)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다시 한 번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타구속도 110.6마일(178km), 비거리 464피트(141.4m)의 초대형 홈런포였다. ‘MLB.com’에 의하면 올 시즌 마이크 트라웃의 473피트(144.1m)에 이어 두 번째 최장거리 홈런이었고 오타니 역대 3번째로 긴 비거리의 홈런이었다.
오타니는 경기 후 “장타는 내 강점 중 하나다. 그래서 경기 중에 내 강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두 번째 홈런에 대해 “그곳은 너무 깊은 곳이어서 사람들이 칠 수 없는 곳”이라면서 “오타니는 우리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일들을 계속 해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지 ‘LA타임스’는 오타니의 맹활약으로 애틀랜타 3연전 스윕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했다. 매체는 ‘오늘이 10월은 아니다. 10월과 혼동하면 안되고 연관도 없다’라면서도 ‘다저스가 애틀랜타를 압도하면서 스윕한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10월을 공정하게 예측하는 것이었다. 오타니와 함께하는 10월이라는 것’이라면서 오타니가 합류한 가을야구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느꼈냐는 현지 매체의 질문에 대해 “정말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느꼈다”라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설명했다. 매체는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6년 동안 자신을 피했던 플레이오프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라고 부연했다.
로버츠 감독도 이번 3연전 승리에 고무된 모습. 로버츠 감독은 “포스트시즌의 징후가 느껴졌다. 우리 선수들이 이 시리즈의 팬들 앞에서 높은 에너지와 수준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라고 전했다.
이에 오타니도 “전반적으로 우리가 정말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됐고 전체적으로 기분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분위기 속에서 자신도 고무되어 대활약을 펼쳤다는 것.
매체는 ‘아직 5월의 스윕으로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라면서도 ‘주말에 입증되었듯이 믿기 시작하는 것은 이르지 않다. 지난 11년 간 다저스에는 오타니 같은 선수 없었다. 이제 다저스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오타니와 함께할 가을야구,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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