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는 역시 ‘GOAT(Greatest of All Time)’다. 당대 으뜸의 선수에 걸맞은 발군의 활약상은 그저 감탄만을 자아낼 뿐이다. 괜스레 붙지 않은, 참으로 어울리는 별호인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다.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은 뜨겁디뜨겁다. 그뿐이랴. 어우러진 신기의 골 솜씨와 빼어난 찬스 메이킹은 아연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도대체 흐르는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퇴색하지 않는 몸놀림은 상식을 우롱하는 듯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메시가 다시 한번 전 세계 축구팬을 ‘경악의 바다’에 빠뜨렸다.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대기록을 메이저리그 사커(MLS) 무대에 수놓았다. 한 경기에서, 5개의 어시스트를 바탕으로, 6개의 공격공헌도를 수확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생애 최초다. 스페인 라리가의 명가인 바르셀로나에 둥지를 틀고 프로 마당에 뛰어든 2004-2005시즌 이래 가장 우렁찬 ‘대풍가’를 소리 높여 불렀다. 물론, MLS 천하에선, 단 한 차례도 빚어지지 않았던 금자탑이다.
실로 형형한 발자취다.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힘차고 굵직한 걸음걸이는 MLS에서도 전혀 힘을 잃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힘이 더 실린 듯한 걸음새다. 나이를 거꾸로 먹어 가는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나는 걸음걸음이다.
마침내 옭아맸던 ‘한 경기 공격 공헌도 5’ 굴레를 벗어던져… 수아레스, 현역 네 번째로 ‘리그 500골 클럽’ 가입
지난 5일, 메시가 생애 최고의 대폭발을 일으킨 진앙지는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 자리한 체이스 스타디움이다. MLS 2024시즌 동부 콘퍼런스 인터 마이애미 CF와 뉴욕 레드 불스가 맞붙은 한판은 메시의 독무대였다.
메시가 홀로 북 치고 장구 쳤다. 후반 5분 결승 득점(2-1)을 비롯해 1골 5어시스트를 올리며 팀 득점에 모두 관여하는 신들린 듯한 몸놀림으로 대역전승(6-2)을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6개)와 어시스트(5개) 모두 MLS 한 경기 최다 기록임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메시에게도 무척 뜻깊은 한판이었다. 20시즌째를 맞이한 프로 생애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일전이었다. 지금까지 밟아 보지 못한 최다 공격 공헌도 경지였다. 자신을 얽어맸던 굴레를 박차고 마침내 새 지경에 첫발자국을 내디뎠다.
사실 한 경기에서 다섯 개의 공격 포인트를 거둬들인다는 자체도 지난한 일이다. 내로라하는 공격수에게도 무척 힘들게 여겨질 만한 장벽이다. 그러나 메시에겐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었다. 20년 간 누벼 온 성인 마당에서, 일곱 번씩이나 등정을 이뤘다. 2010-2011시즌 스페인 라리가 UD 알메리아전에서, 3골 2어시스트로 대승(8-0)의 선봉장으로 맹활약한 게 첫 경험이었다. 그리고 심심찮게 밟던 고지가 한 경기 공격 공헌도 5였다. 첫 기록을 세운 2010년 11월 20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평균적으로 2년에 한 번씩 꾸준히 같은 기록을 작성하곤 했다(표 참조).
이 부문 기록을 보노라면 메시가 폭발적 득점력 못지않은 걸출한 도움 능력을 갖췄음을 다시금 읽을 수 있다. 한 경기 다섯 개 이상 공격 공헌도를 결실한 여덟 번 경기에서, 메시는 26골 15어시스트를 일궜다. 골(63.4%)에 비해 비록 엇비슷하지는 않을망정 크게 낮지 않은 어시스트(36.6%) 비중이다. 이 시대를 양분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가 득점에 편향된 성향의 골잡이인데 반해, 메시는 득점과 어시스트에 모두 능함을 쉽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메시가 공격 공헌도 5 이상을 기록한 8경기 가운데, 골로만 ‘공격 포인트 5고지’에 오른 적은 고작 2경기에 불과했다. 2011-2012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바이어 04 레버쿠젠전(7-1 승)과 2022년 6월 5일 에스토니아와 겨룬 친선 A매치(5-0 승)에서, 메시는 각각 레포케르(Repoker: 5골)를 터뜨린 바 있다.
이번 시즌에, 메시는 MLS를 휘젓고 있다. 득점(10골)과 어시스트(9개) 부문에서, 모두 동·서부 콘퍼런스를 통틀어 선두를 달린다. 팀이 치른 12경기 가운데 ⅔인 8경기에만 출장했는데도 이처럼 군계일학의 솜씨를 뽐낸다.
메시가 몸담은 인터 마이애미도 덩달아 신났다. 동부 콘퍼런스 레이스를 선두(7승 3무 2패)에서 이끌고 있다. 만년 약체의 몰골은 어느덧 사라지고 최강의 이미지를 굳혀 간다.
한편, 메시가 대폭발을 일으킨 뉴욕 레드 불스전은 루이스 수아레스(37)에게도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한솥밥을 먹는 메시의 도움을 받아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리그 500골 클럽’에 가입했다. 역시 메시와 호흡을 이루던 바르셀로나 시절(2014-2020년)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2020-2022년)에 뽑아낸 179골을 바탕으로 한 결실이다. 아직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현역 선수 가운데, 호날두-메시-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에 이어 500골 고지를 밟은 네 번째 주인공이 됐다.
마침내, 메시는 오랜 세월 자신에게 씌었던 굴레인 ‘5’를 벗어던졌다. 그러면 ‘6’이 마지막일까? 속단하기 이르다. 메시가 언제까지 그라운드를 수놓으며 새로운 지경을 개척해 나갈지 가늠키 힘들 만큼 한결같은 열정과 기량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단은 속단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장담하려 함인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내비치는 메시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