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의 친동생이자 대한민국 영화계 대표 음악 감독 황상준 감독이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했다.
황상준 감독은 8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더 블럭’에서 “음악으로 대사를 쓰는 음악 감독”이라고 소개됐다. 알고 보니 그는 배우 황정민의 친동생이자 영화 ‘식객’, ‘공조’, ‘해적’, ‘댄싱퀸’, ‘남자가 사랑할 때’, ‘히말라야’, ‘검사외전’, ‘인간수업’, ‘마이네임’ 등의 음악 감독을 맡은 실력파다.
황상준 감독은 “형은 아빠를 저는 엄마를 닮았는데 나이 들면서 닮아졌다. 어렸을 땐 형이랑 체격 차이가 컸다. 2살 차이인데 형이 목말을 태우고 다녔다. 가끔 저를 황정민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입이 다물어진다. 황배우한테 피해가 될까 봐. 둘이 있을 땐 형 동생 하고 다른 사람이 있으면 황배우, 황감독이라 한다”고 알렸다.
심지어 황정민은 어렸을 때 농구 선수였다고. 그는 “형은 농구 선수였다. 소년체전에도 나갔다. 초등학교 때 키가 전교에서 세 번째로 컸다. 누가 ‘우리 동생 괴롭혔나’ 하면서 나타나기도 했다. 강호동이랑 같은 반 친구였더라. 형이 무명일 때 TV 보면서 자기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였다고 했다”고 자랑했다.
형제가 나란히 영화계에 뛰어든 계기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상준 감독은 “어렸을 때 놀 게 없어서 흙을 가지고 놀았다. 엄마는 힘들었을 거다. 개구쟁이 아들 둘을 키우기가. 그래서 주말마다 두 아들을 극장에 보냈다. 둘이 매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봤던 걸 보고 또 보다가 지겨우면 집에 갔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저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늘 클래식을 듣고 자랐다. 형은 예고를 갔고 저는 기타랑 바이올린을 오래해서 밴드를 하려고 했지만 반대가 심했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낮에는 수산업을 하고 밤에는 업소에서 드럼을 치셨더라.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 반대하시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대학에 합격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영화 음악에 도전했다. 황상준 감독은 “연영과 선배들 작품에 기웃거렸다. 데모 CD를 만들어 돌렸다. 6개월간 영화 장르별로 작곡을 했다. ‘쉬리’의 박제현 감독이 제 음악으로 영상을 만들어서 회식 자리에서 틀었다더라. 난리가 났다. 강제규 감독이 예고편으로 썼다”고 뽐냈다.
형 황정민이 연극판에서 내공을 다질 때 동생 황상준 감독은 2000년 영화 ‘단적비연수’로 대종상 음악상을 받았다. 형보다 먼저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셈. 황정민은 대종상 당일 동료 배우들과 식당에서 시상식을 보고 있다가 동생이 상을 받자 크게 환호한 걸로 알려져 있다.
황상준 감독은 “일주일간 잠을 2시간 잤다. 독사 같이 일했다고?”라는 질문에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절실했다. 바다 위 부표처럼 떠 있는 것 같은 20대였으니까 절실했다. IMF 이후 집안 사정이 나빠졌는데 그때의 절실함이 우리 형제가 지금 일을 열심히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의 무명시절은 가슴 아팠다. 연봉 몇 백만 원 때였으니까. 자랑스러운 형을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었다. 형 연극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가 도움이 된 건 아니지만. 잘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 둘 다. 매우 절실하고 소중하고 바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작품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히말라야’, ‘검사외전’, ‘댄싱퀸’ 등 10작품이다. 황상준 감독은 “형이랑 같이 작업해도 불편한 건 딱히 없다. 형을 배우로 보니까. 작품 하면서 형을 배우로 보지 형으로 본 적이 거의 없다. 진짜에 대한 고민을 저는 음악에서, 형은 연기에서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형 황정민에게 “헤이 브라더. 건강했으면 좋겠고 스트레스 덜 받았으면 좋겠다. ‘서울의 봄’ 너무 멋있었다. 실제 네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남들은 진지한데 나는 너무 웃었다. 그런 좋은 작품들 계속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나이 들고 또 좋은 작품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영상편지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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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