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기사에 모처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이름이 나왔다.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전 동료 클레이튼 커쇼(36·LA 다저스)와 얽힌 일화가 공개됐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12명의 에이스급 투수들이 마스터하지 못한 구종을 소개하며 커쇼의 체인지업을 가장 먼저 다뤘다.
디애슬레틱은 ‘이 의식은 (다저스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캐멀백랜치에서 매년 봄마다 10년 가까이 반복됐다. 다저스 에이스 커쇼는 동료 좌완 투수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곤 했다. 류현진은 최고의 체인지업 투수 중 한 명으로 우타자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시속 80마일짜리 체인지업을 던졌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커쇼가 매년 내게 체인지업을 물어봤던 것 같다. 캐치볼할 때 커쇼가 체인지업 그립으로 던지며 장난을 치곤 했다”며 “커쇼는 워낙 잘 던져서 체인지업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디애슬레틱은 ‘커쇼는 월드시리즈 우승, 내셔널리그 MVP, 평균자책점 타이틀 5회, 사이영상 3회를 수상했지만 체인지업에 대한 집착이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혔다. 2006년 다저스가 커쇼를 드래프트에서 뽑은 뒤 구단 관계자들은 그에게 체인지업을 추가해 패스트볼, 커브와 함께 무기를 완성할 수 있길 기대했다. 커쇼가 체인지업을 추가할 수 있도록 밀어붙였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마이너리그에서 커쇼는 경기당 일정 개수의 체인지업을 던지라는 지시를 받았고, 1회에 모든 체인지업을 던지며 지시에 대응하려 노력했다’며 ‘커쇼는 체인지업을 탐냈지만 결코 마스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커쇼는 2008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5.5% 비율로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그 이후 5% 이상 던진 적이 없다. 거의 보여주기식 공으로 던졌는데 그마저 2014년부터 2% 미만으로, 2018년부터는 1% 미만으로 비율을 더 낮춰 봉인하다시피 했다.
디애슬레틱은 ‘커쇼는 2009년 슬라이더를 개발하며 3번째 구종을 찾았다. 커브만큼 주목받진 못했지만 훨씬 더 효과적인 공으로 그의 주무기가 됐다. 하지만 커쇼는 체인지업을 던지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매년 봄마다 캐멀백 랜치에 와서 체인지업이 좋아졌다고 말하곤 했다’며 ‘지난해 커쇼는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늘렸다. 시즌 첫 4개월 동안 체인지업 10개를 던졌지만 8월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한 뒤 체인지업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고 전했다.
류현진 말대로 커쇼는 체인지업 없이도 롱런하고 있다. 전성기 평균 시속 93마일(약 150km) 포심 패스트볼과 높은 타점에서 떨어지는 커브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통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감소한 2018년부터는 슬라이더를 더욱 예리하게 가다듬어 구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크게 높였다. 단조로운 패턴이긴 하지만 특유의 디셉션과 안정된 커맨드로 롱런하고 있다. 부상만 없으면 여전히 에이스급 투구를 펼치는 투수가 커쇼다.
한편 디애슬레틱은 커쇼 외에도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커터를, 소니 그레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포심 패스트볼을,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코빈 번스(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싱커를, 저스틴 스틸(시카고 컵스)과 딜런 시즈(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스플리터를, 케빈 가우스먼(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커브를, 파블로 로페즈(미네소타 트윈스)가 스크류볼을, 잭 휠러(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너클 커브를, 찰리 모튼(애틀랜타)이 너클볼을,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체인지업을 마스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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