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터(No-Hitter) 나올지 몰라요” 캐스터 설레발, 1회 초구 홈런으로 와장창…그런데 야마모토는 8이닝 호투로 4승째 올렸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4.05.09 08: 50

[OSEN=백종인 객원기자] 대기록이 눈에 보인다. 그렇다면 철칙이 있다. 모름지기 설레발 금지다. 중계석은 훨씬 더 민감하다. 입조심, 말조심. 철저히 금기어로 작동된다. 특히 노히트노런, 퍼펙트게임 같은 경우가 그렇다. 비단 우리 얘기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걸 대놓고 위반했다. 어제(한국시간 8일) 다저스 게임 중계팀이 그랬다. MLB 네트워크의 ‘프리게임 쇼’ 때였다. 말 그대로 경기 시작 전에 하는 오프닝이다. 홈 팀의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소개하는 차례다. 최근 기록이 꽤 좋다. 15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걸 언급하면서 캐스터의 장난기가 발동한다. 금기 대한 정면 도전이 펼쳐진다. 그레그 암싱어가 이렇게 말한다. “오늘 가능할지 몰라요. 노히터(노히트노런) 주의보(No-Hitter alert) 나옵니다.” 한 번으로 그친 게 아니다. 반복해서 강조한다. “기억하세요. 노히터 주의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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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멘트와 함께 화면은 경기장으로 넘어간다. 1회 초 플레이볼 직전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1번 타자(재즈 치좀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선다. 그리고 야마모토는 초구를 뿌린다. 95마일짜리 패스트볼이 존 한복판으로 파고든다.
그냥 놔둘 리 없다. 치좀의 스윙이 매섭게 돌아간다. 배트와 공이 완벽한 타이밍에서 만났다. 타구는 까마득히 솟아오른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중간 관중석으로 사라진다. 1회 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이다. 노히터 주의보는 3초 만에 해제된다.
중계 화면 구석에 스튜디오 모습이 함께 편집된다. 어이없고, 황당한 캐스터 암싱어의 표정이다. 급기야 손뼉을 치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 역시 설레발은 커다란 낭패를 부른다. 오래된 격언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치좀의 선두타자 홈런에 박장대소하는 캐스터 암싱어의 모습        MLB 네트워크 SNS(X) 캡처
그러거나 말거나. 야마모토는 꿋꿋하다. 홈런 한 방은 오히려 백신 효과로 작용했다. 이후 한층 더 단단해진다. 8회까지 2실점(5피안타, 2피홈런)으로 버텨낸다. 올 시즌 등판 중 가장 긴 이닝을 막았다. 결국 8-2 경기의 승리투수가 됐다. 4승째. 다저 스타디움에서는 첫 승이다.
와중에 놀라운 기록이 숨어있다. 경기 개시 후 19개 연속 스트라이크를 던진 것이다. 치좀의 홈런을 시작으로, 2회 2사 후 8번 비달 브루한의 2구째까지 볼이 선언된 공짜는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존을 통과한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스트라이크란 헛스윙, 파울, 인플레이 타구를 모두 포함한다. 이를테면 유인구(변화구)같이 존을 벗어난 투구라도 타자가 공격한 것은 모두 스트라이크로 환산한다.
다저스 구단은 이날 야마모토가 기록한 ‘경기 개시 후 19연속 스트라이크는 투구 계측이 도입된 1988년 이래 클럽 신기록’이라고 밝혔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24개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조지 커비가 2022년 8월 24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세웠다. 그 다음은 조 머스그로브다. 피츠버그 시절인 2018년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21개의 연속 스트라이크를 기록한 바 있다. 세 번째는 20개 연속이다. 애틀랜타의 어빈 산타나가 2014년 메츠전에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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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는 일본 오릭스 시절부터 3구 이내 승부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스트라이크 위주로 타자를 공격하며, 투구수를 줄이는 전략이다. 그만큼 효율성을 높여 체력 소모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이날도 97개의 투구 중 스트라이크 비율이 75%를 차지했다. 전날까지 시즌 평균도 67%에서 69% 높아졌다.
이는 역대 일본인 투수 중 최고치다. 오타니(64%), 다르빗슈(65%), 마에다(65%), 이마나가(68%) 등 현역은 물론이다. 은퇴한 다나카(67%), 구로다(64%), 마쓰자카(62%), 노모(61%)를 상회한다. 류현진은 ML 10년간 65%의 스트라이크 비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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