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계좌에서 1697만5010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은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39)가 혐의를 인정했다.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은행 사기 등의 혐의로 연방지방법원에 기소된 미즈하라가 혐의를 인정하며 검찰과 사법 거래가 성립됐다고 발표했다. 미즈하라는 오는 15일 법원에서 공식적로 유죄를 인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공개한 양형 합의서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1697만5010달러를 송금한 은행 사기 외에 허위 세금 신고서를 제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오타니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알고 지낸 미즈하라를 통역사로 고용했다. 단순 통역이 아니라 야구장 밖에서 생활까지 책임지는 매니저 같은 존재였고, 미국에 온 뒤 오타니의 은행 계좌 개설을 도왔다. 오타니와 관계가 오래됐고, 그의 계좌에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미즈하라는 사기 수법은 치밀했다.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있는 전화번호, 이메일 등 연락처 정보를 변경해 자신에게 연락이 오게 하는 등 오타니를 속이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오타니를 사칭해 은행에 인증 전화를 한 횟수만 24회에 달한다.
여기에 410만 달러의 신고 누락 소득이 있었다. 은행 사기죄는 30년형, 허위 세금 신고죄는 3년형으로 두 범죄를 합쳐 최대 형량은 징역 33년에 달하며 벌금도 125만 달러이지만 이번 사법 거래로 검찰이 감형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피해액 1697만5010달러를 전액 보상해야 하고, 허위 세금 신고서 제출에 따른 114만9400달러의 세금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미국에서 추방될 가능성도 높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뒤통수를 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치과 치료에 필요한 6만 달러를 오타니로부터 수표로 받았으나 그 돈을 빼돌리며 오타니의 직불 카드를 사용해 치과 치료비를 지불했다. 올해 1월부터 3월 사이에는 32만5000달러를 훔쳐 재판매 목적의 야구 카드까지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상 이상의 파렴치함이다.
마틴 에스트라다 연방검사는 “미즈하라의 사기 행위와 절도 행위의 규모는 엄청나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서 오타니에게 접근해 이용했고, 위험한 도박 습관을 이어갔다”며 “우리는 악행을 저지른 자를 반드시 처벌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의 발표는 다저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경기 도중에 이뤄졌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관련 질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이 일이 잘 마무리돼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이 때문인지 평소보다 경기 후 미디어에 다저스 클럽하우스 개방이 늦어졌고, 오타니가 이미 퇴근을 한 뒤라 미즈하라 관련 코멘트는 들을 수 없었다.
지난 3월 중순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기간 미즈하라의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절도 혐의 사건이 드러나면서 오타니도 파문에 휩싸였다. 미즈하라는 즉시 해고됐고, 오타니도 불법 도박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조사 결과 피해자로 드러났다.
미즈하라는 4000만 달러가 넘는 불법 스포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지난 2021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오타니 계좌에서 1700만 달러에 가까운 거액을 빼돌린 게 확인됐고, 이번에 검찰에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사법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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