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모처럼 장타를 생산했다. 홈런성 타구였지만 높은 펜스를 직격하면서 2루타로 만족해야 했다.
이정후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샌프란시스코의 8-6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간 이정후는 시즌 타율이 2할6푼4리에서 2할6푼2리(145타수 38안타)로 떨어졌다. OPS도 .642에서 .641로 소폭 하락했다.
콜로라도 우완 선발투수 피터 램버트를 맞아 1회 첫 타석에서 초구 공략을 했으나 유격수 뜬공으로 잡힌 이정후. 3회 1사 1,2루 찬스에서 시원한 장타를 터뜨렸다. 볼카운트 2-1에서 램버트의 4구째 몸쪽에 들어온 시속 88.7마일(142.7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보냈다.
시속 104.6마일(168.3km), 발사각 19도로 날아간 타구는 쿠어스필드 우측 담장을 직격했다. 비거리 368피트(112.2m). 펜스를 맞고 타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진 사이 이정후가 2루까지 들어갔다. 2루 주자 엘리엇 라모스가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닉 아메드는 3루까지 갔다. 스코어를 4-0으로 벌린 1타점 2루타.
시즌 4번째 2루타로 지난달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홈런 1개, 2루타 1개) 이후 16경기 만에 장타 손맛을 봤다. 그 사이 이정후의 안타 13개는 모두 단타였다.
타구가 조금만 더 높았다면 홈런이 될 수 있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리그 전체 30개 구장 중 21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쿠어스필드 외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파크,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필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코프먼스타디움, LA 에인절스의 에인절스타디움, LA 다저스의 다저스타디움,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깃필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PNC파크,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 등 9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지 않는 타구였다.
해발고도 1600m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가장 타자 친화적인 야구장으로 유명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낮아져 공에 대한 공기 저항이 줄어들고, 평지에 있는 구장보다 타구가 10% 정도 더 멀리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3년간 쿠어스필드의 파크팩터는 112로 가장 높다.
그런데 이런 구장에서 이정후의 잘 맞은 타구가 홈런이 되지 않은 게 조금은 의아할 수 있다. 쿠어스필드는 우측 펜스까지 거리가 106.7m로 시카고 컵스 리글리필드(107.6m)에 이어 두 번째로 거리가 긴데 2016년부터 펜스 높이도 8피트(2.44m)에서 16피트(4.88m)로 올랐다.
좌타자에게 조금 불리한 환경으로 바뀌었고, 이정후의 타구도 펜스 상단에 딱 걸리면서 아쉽게 홈런이 불발됐다. 지난 1~3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3연전에도 이정후는 3경기 연속 우측으로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우측(116m), 우중간(128m)이 깊은 펜웨이파크의 구조와 밤 바람에 막혀 모두 뜬공으로 잡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