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현역 투수 중 최다 425세이브를 기록 중인 크레이그 킴브렐(36·볼티모어 오리올스)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5경기 중 4번의 세이브 기회를 날렸다.
킴브렐은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3-1로 앞선 9회말 구원 등판, 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흔들렸다.
시즌 두 번째 홀드를 기록하긴 했지만 동점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 12회까지 천신만고 끝에 볼티모어가 7-6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킴브렐 때문에 진땀을 빼야 했다.
2점차 리드 상황에서 올라온 킴브렐은 조이 메네시스를 1루 내야 뜬공, 키버트 루이스를 3루 직선타로 처리하며 가볍게 투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에디 로사리오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2구째 시속 95.1마일(153.0km) 포심 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높은 실투가 되면서 장타로 이어졌다.
다음 타자 트레이 립스컴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 제이콥 영 상대로 2구째를 던지면서 대주자 나심 누네즈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다. 득점권 위기에 몰린 킴브렐은 영도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내며 주자를 쌓았다.
킴브렐이 급격히 흔들리자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투수 교체를 했다. 마무리투수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굴욕의 강판을 당한 것이다. 총 투구수 19개로 스트라이크(10개), 볼(9개) 비율이 비슷할 정도로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2사 1,2루에서 올라온 키건 에이킨이 폭투에 이어 CJ 에이브람스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3-3 동점이 됐다. 에이킨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지만 사실상 킴브렐의 블론이었다.
지난 5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홀드를 거둔 킴브렐이지만 달갑지 않은 기록이다. 5일 경기에도 킴브렐은 2-0으로 앞선 9회 등판했지만 안타 2개, 볼넷 1개으로 1실점한 뒤 1사 1,3루 위기에서 강판됐다. 당시 예니어 카노가 볼넷을 하나를 줬지만 실점 없이 막고 세이브를 거두면서 가까스로 불을 껐다.
이날까지 킴브렐은 올 시즌 16경기에서 3승1패8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는 3개. 13⅓이닝 동안 21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볼넷 9개로 제구가 불안하다. WHIP 1.50으로 마무리투수로는 낙제점. 최근 5경기에서 블론세이브 2개 포함 4경기에서 세이브 기회를 날렸다.
지난 201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데뷔한 킴브렐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쳐 올해 볼티모어까지 15시즌 통산 796경기(770.2이닝) 52승43패425세이브24홀드 평균자책점 2.44 탈삼진 1213개를 기록 중이다. 켄리 잰슨(보스턴)과 함께 현역 최다 세이브 투수로 이 부문 역대 공동 5위. 2011~2014년 4년 연속 내셔널리그(NL) 세이브 1위에 오른 킴브렐은 올스타 9회, 최고 구원투수상 2회, 신인왕,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을 자랑한다.
30대가 된 이후 기복이 심한 투구를 거듭했지만 지난해 필라델피아에서 71경기(69이닝) 8승6패23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26 탈삼진 94개로 반등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겨울 볼티모어와 1년 1300만 달러에 FA 계약했다. 기존 마무리투수 펠릭스 바티스타가 지난해 10월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올해 시즌 아웃된 볼티모어는 대체자로 경험 풍부한 킴브레를 영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킴브렐 영입은 실패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 시속 95.8마일(154.2km)에서 올해 94마일(151.3km)로 3km 가까이 감소하면서 구위가 떨어졌다. 변화구 너클커브의 헛스윙률도 26.3%로 데뷔 후 처음으로 30%를 넘기지 못할 만큼 타자들을 속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