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의 간판 타자 강백호(25)가 완전히 살아났다. 고교 시절 포지션이었던 포수로 돌아간 뒤 수비 부담을 던 효과인지 방망이가 더 매서워졌다.
강백호는 지난 9일 수원 NC전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2루타 2개 포함 5타수 4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KT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4일 수원 KT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4안타 경기로 최다 안타 부문 단독 1위(58개)로 올라섰다.
올 시즌 KT의 39경기 모두 선발 출장한 강백호는 산술적으로 214안타까지 가능한 페이스. KBO리그에서 단일 시즌 200안타 기록은 지난 2014년 넥센 서건창(현 KIA)의 201개가 유일하다. 2015년부터 10구단 144경기 체제로 확장된 뒤에도 200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2020년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199안타로 아깝게 200안타를 놓쳤다.
시즌 전체 일정의 27.1%를 소화한 시점이라 이르긴 하지만 강백호의 200안타를 기대해도 좋을 만큼 타격 페이스가 무척 좋다. 5월 6경기 타율 4할6푼4리(28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 OPS 1.233으로 페이스를 더욱 끌어올렸다.
시즌 전체 성적도 타율 3할4푼3리(169타수 58안타) 11홈런 37타점 31득점 10볼넷 35삼진 출루율 .379 장타율 .598 OPS .977. 안타·타점 단독 1위, 홈런 공동 1위, 장타율 3위, 득점 4위, OPS 5위, 타율 6위에 랭크돼 있다. 데뷔 후 개인 타격 타이틀이 없는데 현재 안타, 홈런, 타점 3개 부문 1위로 뛰어올랐다.
고교 시절부터 천재 타자로 불린 강백호는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에 입단했다. 데뷔 첫 해부터 고졸 신인 최다 29홈런을 터뜨리며 신인왕을 받았고, 2019년에는 3할3푼6리의 고타율로 이 부문 5위에 랭크됐다. 2020년에는 3할대 타율(.330), 20홈런(23개) 모두 해냈고, 2021년에는 첫 100타점(102점) 시즌으로 KT의 창단 첫 우승까지 이끌었다. 2020~2021년 2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22~2023년 2년간 거듭된 부상과 크고 작은 논란 속에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2022년 발가락과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렸고, 지난해에도 내복사근 부상에 수비에서 느슨한 플레이로 거센 비난을 받으며 심리적으로도 무너졌다. 2년간 각각 62경기, 71경기 출장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올해, 우리가 알던 그 강백호로 돌아왔다.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맞이했고, 심적인 부담도 훌훌 털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1루, 외야 수비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올해 고교 시절 포지션이었던 포수를 맡고 표정부터 바뀌었다. 이강철 감독은 “포수를 시작하면서 웃고 다니더라. 그렇게 웃는 얼굴은 처음 봤다. 포수로 나가면서 밝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3월31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부가 넘어간 8회 처음 포수 마스크를 썼는데 이때까지 강백호는 8경기 타율 2할6푼5리(34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 OPS .688로 평범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4월부터 31경기 타율 3할6푼3리(135타수 49안타) 10홈런 31타점 OPS 1.049로 타격이 확 살아났다.
올해부터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포수 프레이밍의 실용성이 사라졌고, 백업 포수를 고민하던 이강철 감독은 과감하게 강백호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타고난 강견으로 2루 송구 능력이 우수하고, 포수로서 캐칭이나 움직임도 살아있었다. 반대 투구도 척척 잡아내고, 원바운드 공도 안정적으로 블로킹하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포수로 자리잡았다.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지만 주전 포수 장성우와 안방을 나눠 맡으며 포수로 10경기(6선발) 58이닝을 수비했다. 실책이 2개 있고, 도루 저지율도 5.9%(1/17)에 불과하지만 이제 막 포수를 다시 시작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강백호가 야구의 즐거움을 찾은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