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과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의 오차 가능성을 지적했다.
KBO리그는 올 시즌 전세계 주요 프로야구리그 최초로 ABS를 도입했다.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가능해지면서 팬들은 압도적인 찬성을 보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체로 ABS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과 현행 ABS의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구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이승엽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대표적인 ABS 찬성파 감독들이지만 잠실구장의 스트라이크 존이 좌타자 몸쪽에 후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감독이 계속해서 거론하고 있는 사례가 지난 3일 경기에서 두산이 5-1로 앞선 4회말 2사 1, 2루에서 좌완 구원투수 이병헌이 좌타자 홍창기를 루킹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홍창기는 몸쪽 높은 직구를 지켜봤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서 삼진이 됐다. 중계화면상으로는 몸쪽에 깊고 높은 코스였지만 ABS는 이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잠실구장이 다른 구장과 비교하면 살짝 틀어져 있는 느낌이다. 좌타자 몸쪽이 바깥쪽보다 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체적인 스트라이크 존을 감독자 회의를 통해서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전반기가 끝나면 높은 스트라이크 존을 공 반개 정도는 낮춰야 할 것 같다. 높은 공을 반개 정도 낮추고 조정을 거치면 내년에는 거의 기존과 같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라며 ABS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엽 감독 역시 4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ABS 덕을 본게 아닌가 싶다. 반대로 우리 타자들도 그런 쪽을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ABS가 아직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타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타격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이래저래 운이 좋았던 하루였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계속 구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KBO가 검증에 나섰다.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ABS 정확성 테스트를 KBO리그 9개 구장에서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진행했다. KBO는 ‘각 구장별로 ABS 판정 좌표 기준에 차이가 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테스트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공감했으며, 투구된 공의 위치가 찍히는 폼 보드 실측 좌표와 ABS 추적 좌표를 정밀하게 비교했다. 테스트 결과 피칭머신 등으로 투구된 폼 보드 실측 데이터 값과 비교했을 때 ABS 추적 시스템의 데이터는 9개 구장 모두 평균 4.5mm(좌우 4.5mm, 상하 4.4mm)이내의 정확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구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KBO는 해당 자료를 10개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전달했다.
이승엽 감독은 9일 인터뷰에서 "선수협에서 구장마다 ABS의 판정이 조금 차이점이 있다고 하니까 KBO에서 조사를 한 것 같다. 아직 데이터를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다만 선수협의 의견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전히 잠실구장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선수협과 이야기를 해서 조금이라도 오차와 편차를 줄 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한 이승엽 감독은 "항상 말하듯이 나는 ABS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햇갈려 하는 부분이 있다면 KBO에서도 선수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ABS는 양 팀에 공정하게 판정을 하기 때문에 만족한다. 이제 도입 첫 해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부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차나 오차가 줄어들면 선수들도 만족할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엽 감독은 ABS의 평균 4.5mm 오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0.45cm면 큰 것 아닌가?"라고 말한 이승엽 감독은 "잘 모르겠다. 이병헌이 홍창기에게 던졌던 그 직구는 0.45cm 오차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경기장마다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KBO에서 좀 더 유심히 봐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삼진을 잡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득이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런 편차는 줄이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ABS의 더 정확판 판정을 기대했다.
KBO 조사 결과 잠실구장의 평균 오차는 좌우 4.7mm, 상하 6.7mm였다. 이 수치들은 평균값이기 때문에 실제 최대 오차는 더 커질 수 있다. KBO 관계자는 "메모리폼에 최대한 동일한 곳으로 18개의 공을 던져 실제 좌표와 ABS 좌표의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다만 회전하는 공이 메모리폼에 부딪히기 전까지 계속해서 날아가기 때문에 ABS가 판정을 내리는 지점과 메모리폼에 부딪히는 지점이 다른데서 오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는 사람이 느끼기 힘든 차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어느정도 오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KBO 관계자는 "다만 현재 구단들이 사용하는 트랙맨이나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호크아이도 비슷한 수준의 오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당장 정확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잠실구장에서 스트라이크 존이 틀어져 있거나 일관적으로 오차가 발생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한쪽 방향으로 편향적인 오차가 아니라 무작위적으로 오차가 발생했다. 잠실구장만 스트라이크 존이 좌타자 몸쪽에 가깝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라리 그렇다면 스트라이크 존 기준을 수정하면 될 문제다. 데이터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현장에서 계속 말이 나오니 우리도 답답한 부분이 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KBO는 "ABS와 관련해 야구 팬과 현장의 의견을 깊이 경청하고 개선이 필요할 경우에는 10개 구단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ABS의 정밀한 운영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ABS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