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아쉬운 교체 전략으로 비판받고 있다. 부상 때문이었다는 설명에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바이에른 뮌헨은 9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1-2로 무릎 꿇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가 1, 2차전 합계 점수 4-3으로 최종 승리하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셀루의 극장 멀티골로 승부를 뒤집으며 2시즌 만에 결승 무대를 밟게 됐고, 바이에른 뮌헨은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으로서는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미 레버쿠젠에 밀려 분데스리가 12연패가 무산됐고, DFB 포칼컵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리고 최후의 보루였던 UCL 준결승에서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의 선방쇼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를 버텨냈고, 후반 23분 알폰소 데이비스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정상에 올랐던 2019-2020시즌 이후 4년 만의 결승행이 이뤄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무너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43분 노이어의 치명적인 실수로 호셀루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추가시간 1분 또 호셀루를 놓치며 역전골까지 얻어맞았다.
김민재도 후반 31분 윙어 리로이 사네 대신 교체 투입돼 피치를 누볐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는 추가시간까지 포함해 약 25분을 소화하며 대체로 상대 공격을 잘 막아냈다. 다만 헤더가 골대를 강타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심판 판정도 도와주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종료 직전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슈팅 직전에 주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러나 느린 화면으로 봐도 오프사이드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일단 경기를 진행하고 비디오 판독으로 체크하는 게 맞았다. 바이에른 뮌헨으로선 마지막 기회를 오심에 빼앗긴 셈.
판정 문제를 떠나 투헬 감독의 용병술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그는 사네 대신 김민재를 넣으며 수비수 숫자를 늘렸고, 후반 39분엔 해리 케인과 자말 무시알라를 빼고 에릭 막심 추포모팅, 토마스 뮐러까지 투입했다.
결과적으로는 악수가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스리백으로 전환했지만, 케인과 무시알라가 나간 뒤 연달아 실점하며 역전당했다. 한 골이 절실한 상황이었으나 핵심 공격수들이 빠진 만큼 최전방에서 힘을 쓰기 어려웠다. 올 시즌 44골을 터트리고 있는 케인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케인이 등을 다쳤다며 "더 이상 뛸 수 없었다. 선발 출전한 공격수 4명은 마지막에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투헬 감독은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의 일부다"라며 "후회는 없다. 그러나 부상 선수도 너무 많았고, 교체해야 할 선수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밤새 우리를 구해냈던 노이어는 앞으로 100년 안에 범하지 않을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그게 결정적이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투헬 감독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바뀌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은 "시계가 84분을 가리켰지만, 축구에서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때다. 여기는 UCL 무대의 레알 마드리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UCL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교체가 발생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마지막 20분 동안 일련의 교체로 1999년처럼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경기를 보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지난 1998-1999시즌 UCL 결승전 역전패를 떠올린 것.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종료 직전까지 1-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당시에도 굳히기용으로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한 뒤 3분 사이 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25년 전을 떠올린 디 애슬레틱은 "투헬 감독은 같은 기간 23골을 케인 대신 지난해 11월 이후 득점이 없는 35세 공격수 추포모팅을 내보냈다. 그리고 무시알라도 교체했다. 1차전에서 충격을 받은 김민재는 10분 더 일찍 나왔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루카 모드리치,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브라힘 디아스, 호셀루를 투입했다"라며 "투헬 감독은 승리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케인이 등을 다쳤다고 밝혔다. 그렇다 해도 여기까지 왔고, 팽팽한 상황에서는 괴이하게 느껴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체는 "투헬 감독이 교체 카드의 대가를 치른 걸까? 케인과 무시알라뿐만 아니라 김민재를 내보내고 포메이션을 바꾼 대가를?"이라고 덧붙였다.
오언 하그리브스도 'TNT 스포츠'에 출연해 의문을 드러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점은 바로 케인 교체다. 그건 내가 지금까지 본 축구 경기에서 가장 큰 교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며 "44골을 넣은 선수를 빼고 추포모팅을 넣었다. 아마 코너킥에서 높은 신장을 원했을까. 잘 모르겠다. 케인을 교체할 수는 없다. 경기 시간이 5분 남았다. 추가시간까지 생각하면 10분, 15분이다. 난 바로 레알 마드리드가 득점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투헬 감독의 판단이 문제였다는 것. 하그리브스는 "내가 본 결정 중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난 투헬을 사랑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10분 전에 들어온 김민재는 꽤 편안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스리백으로 바꿨다. 그들은 승리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놓아버리고 말았다. 케인을 뺄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나온 폴 스콜스도 양 팀의 교체 전략이 승부를 갈랐다고 역설했다. 그는 투헬 감독이 오만했다며 "결국엔 교체 게임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좋은 일이다. 두 골을 넣은 호셀루, 명불허전이다. 난 투헬의 교체 카드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케인은 이상했다. 그들이 한 골을 넣었더라도, 추가시간과 승부차기도 있다. 케인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않나"라고 말했다.
심지어 김민재도 언급됐다. 스콜스는 "김민재는 낯선 얼굴이었다. 내게 가장 큰 건 그였다"라며 "김민재는 지난주 수많은 비난을 들었다. 오늘 밤 그가 가장 가고 싶지 않았을 장소가 바로 경기장 위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투입되자마자 처음 30초 동안 정신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하그리브스와는 다른 의견이었다.
김민재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가 지난 1차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건 맞지만, 이날 경기에선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실점 장면에서도 김민재에게 책임을 묻긴 어렵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축구선수로서 경기에 뛰지 않고 싶어 했을 것이란 말은 굴욕적인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일단 디 애슬레틱은 "결국 결론은 단 하나다. 스토크 시티에서 쓰레기였던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호셀루)가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챔피언스리그의 유산이다"라며 양 팀의 공격수 카드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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