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7연패를 끊은 구세주는 외국인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였다. 앤디 밴헤켄, 에릭 요키시를 잇는 히어로즈 특급 외국인 좌완 계보를 잇는 투수로 떠올랐다.
헤이수스는 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키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열흘 휴식을 갖고 돌아온 복귀전에서 키움의 7연패를 끊으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헤이수스는 지난달 30일 사직 롯데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왼쪽 내전근에 가벼운 통증이 있었고, 관리 차원에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었다. 그 사이 키움은 지난 2일 사직 롯데전부터 10일 대전 한화전까지 시즌 최다 7연패를 당하면서 흔들렸지만 열흘간 재충전한 헤이수스가 시즌 첫 100구(103구) 호투로 보답했다.
투구 내용이 안정적이었다. 1~4회 매 이닝 주자가 나가긴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회 무사 2루에서 안치홍과 최재훈을 각각 커브, 커터로 타이밍을 빼앗아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황영묵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가 됐지만 문현빈을 체인지업으로 2루 땅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3회 2사 후 요나단 페라자에게 안타와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노시환을 뜬공 잡고 이닝일 끝낸 헤이수스는 4회 3루수 고영우의 포구 실책이 있었지만 나머지 3타자를 범타 요리했다. 5회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헤이수스는 6회 1사 후 노시환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투구수 98개가 됐지만 내려가지 않았다. 이승호 키움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지만 투구 의사를 보였고, 김태연과 안치홍을 연이어 내야 땅볼 유도하며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
총 투구수 103개로 최고 151km, 평균 149km 직구(39개), 커터(23개), 투심(11개), 체인지업(17개), 커브(13개) 등 5가지 구종을 고르게 구사했다. 경기 초반 제구가 조금 날리긴 했지만 3회 이후로는 커맨드가 안정을 찾았다. 공 던질 때 손이 등 뒤에서 최대한 숨겨져 나오는 디셉션이 좋아 한화 타자들이 쉽게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시즌 8번째 등판에서 6번째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한 헤이수스는 5승(3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3.60에서 3.13으로 낮췄다. 다승 부문에서 윌 크로우(KIA), 원태인(삼성)과 공동 1위로 뛰어올랐다. 상위팀들 투수들과 다승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헤이수스의 존재감이 더욱 빛난다.
히어로즈에서 역사에선 2명의 투수가 다승왕에 올랐는데 모두 외국인 좌완이었다. 2014년 밴헤켄이 20승으로, 2021년 요키시가 16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바 있다. 밴헤켄은 2012~2017년 6년간 통산 73승을 거두면서 히어로즈 소속 통산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고, 요키시도 2019~2023년 5년간 56승으로 이 부문 4위이자 외국인 2위에 올라있다.
헤이수스는 이제 첫 해이고,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밴헤켄, 요키시를 떠오르게 하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퀄리티 스타트 공동 3위(6위), WHIP 4위(1.07), 피안타율 6위(.229), 평균자책점 7위(3.13)에도 이름을 올렸다.
경기 후 헤이수스는 "오늘(11일) 내 공을 믿고 동료들을 믿으며 자신 있게 던지자는 생각만 갖고 경기에 임했다. 팀 연패가 길었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연승을 이어가고 싶다"며 "열흘을 쉬고 첫 피칭이라 초반에 커맨드가 흔들리긴 했지만 이닝을 거듭하면서 안정적인 피칭을 할 수 있었다. 포수 김재현의 좋은 리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복귀전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헤이수스는 "우리 팀은 다른 팀에 비해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 비록 경험적인 부분에서는 뒤처질 수 있지만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키움의 반등도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