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해도 못 칠 정도면 엄청 좋은 거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만에 KBO리그에 ‘김택연 신드롬’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사 2, 3루 위기에서 직구만 14개를 던져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자 이승엽 두산 감독은 물론 적장인 이강철 KT 감독까지 그의 구위와 담대함에 매료된 모습을 보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특급신인 김택연(19)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4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번째 홀드를 신고했다.
김택연은 5-3으로 앞선 7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점의 리드를 지키는 필승조 임무를 맡았지만 시작은 불안했다. 선두 조용호를 만나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후속 황재균 상대 2루타를 맞으며 단숨에 무사 2, 3루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김택연은 ‘신인왕 1순위’답게 흔들리지 않았다. 상황을 승부처라 판단한 KT 벤치가 김건형 대신 베테랑 거포 박병호를 대타로 내세웠지만 최고 구속 150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5구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고, 후속 신본기 상대로도 직구만 6개를 던져 역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오윤석마저 1B-2S에서 150km 돌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오윤석에게 던진 초구(슬라이더)를 제외하고 직구만 14개를 던져 3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김택연은 6-3으로 리드한 8회 최지강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25개.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과 함께 4일 LG전에 이어 3경기 만에 시즌 3번째 홀드를 챙겼다.
11일 잠실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좋은 투수인 건 입단 때부터 알고 있었다. 시즌 초반 조금 영점을 잡지 못했고, 관중들로 인해 프로 분위기 적응을 못해 힘들었지만 2군에 열흘 다녀온 뒤 안정감을 갖췄다”라며 “이제는 프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본인 공을 완벽하게 던진다. 시즌 초반 사실 제구력이 불안하다보니 올라갈 때마다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중요한 상황에 올라가도 잘 막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벤치에 안정감을 준다. 직구 구위가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철원, 김명신이 빠져 있어서 원래는 불펜진 소모도 많고 힘들어야 하는데 김택연을 비롯해 최지강, 이병헌이 공백을 훌륭히 메워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와 실력이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적장인 KT 이강철 감독도 김택연의 구위에 혀를 내둘렀다. 이 감독은 “확실히 (김택연의) 공이 좋긴 좋더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라며 “물론 위기에서 상위타선을 만났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겠지만 타자들이 직구를 예상하고도 못 칠 정도면 공이 진짜 좋은 것”이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인천고를 나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데뷔 시즌을 준비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김택연은 시범경기에서 정철원과 마무리 경쟁을 하다가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적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다.
김택연의 시즌 성적은 16경기 1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08. 시즌 초반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2군에서 열흘 동안 재정비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지난달 9일 복귀해 한 달이 넘도록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 생존을 넘어 점차 이승엽호 뒷문의 핵심 요원으로 성장 중인 베어스의 차기 마무리 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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