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김요한, 나나가 이끄는 웹예능 '존중냉장고'가 혐오 조장 및 불법촬영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들은 공식 채널을 통해 사과했지만, 두루뭉술한 입장문에 여전히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10일, '르크크 이경규' 채널에는 "반려견 산책 시 존중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존중냉장고 : 존잘상을 찾아서'(이하 '존중냉장고') 첫 에피소드 영상이 업로드 됐다. '존중냉장고'는 매주 다른 존중 주제에 맞춰 이에 맞는 대상을 찾아 초대형 냉장고와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 등의 상품을 증정하는 콘텐츠다.
이날 첫 영상에서는 이경규와 위아이 김요한, 우아 나나가 함께 모여 매너워터 인식표, 입마개 등 펫티켓을 잘 지키는 '존잘상(가장 존중을 잘하는 대상)' 찾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이경규는 "입마개는 솔직히 안해도 괜찮다. 입마개가 필수인 맹견들은 해야한다. 예를들어 진돗개는 법적으로 입마개를 안 해도 괜찮다. 그런 견종인데 다른분들이 봤을 때 위협적이라고 생각할수 있다. 그런 것 때문에 입마개를 해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은 존중의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제작진들은 반려견 산책이 잦은 공터에 카메라를 들고 지나가는 반려견과 견주들을 촬영했고, 이경규와 김요한, 나나는 실내에서 영상을 살피며 견주들이 펫티켓을 제대로 지키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하지만 매너워터와 인식표를 가진 견주들도 입마개 조건을 통과하지 못해 첫 방송은 '존잘상'을 찾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존중냉장고'라는 제목과는 달리 촬영 대상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것. 진돗개는 법적으로 입마개 착용 의무가 없음에도 유독 진돗개에 대해서만 입마개를 하지 않은 것을 조명하며 큰 아쉬움을 표했고,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견종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뿐만아니라 영상에 찍힌 견주들의 동의 없이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가 됐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것은 불법촬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 것.
자신이 실제 영상에 등장한 견주라고 밝힌 누리꾼들의 항의 댓글도 등장했다. A씨는 "산책 중 촬영에 대해 고지받은 적이 없는 저로써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인데 왜 당사자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해서 올리시냐. 심지어 영상의 내용과 목적까지 너무나도 편파적이라 제 강아지가 허락 없이 영상에 나온것뿐만 아니라 영상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몹시 나쁘다"며 "몰래 촬영당한 당사자로서도 진돗개 보호자로서도 몹시 불쾌하다.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이니 내려달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진돗개 견주라고 주장한 B씨는 "진돗개 견주로 살면서 참 억울한 순간이 많았는데, 최대한 피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제가 피한다고 피해지는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촬영이 되어 유명인이 진돗개 혐오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인다니 제 강아지를 입양하고 가장 힘든 순간"이라며 "모자이크 하면 다입니까? 할거면 제대로 하시던지요. 제 지인들이나 저 산책로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알아볼만한 저와 강아지의 인상착의가 다 나와있다. 제 동의없이 이런 모욕적 영상을 올리셨으니 저도 법률적 자문을 받아 취할수 있는 조치를 취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논란을 접한 수의사 설채현은 자신의 계정을 통해 '존중냉장고'에 대한 비판 의견을 전했다. 그는 "입마개를 안 해도 되는 개가 입마개를 안 한 것과 동의도 받지 않고 촬영해 다수가 보는 영상에서 평가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존중냉장고' 제작진은 13일 공식입장을 올리고 사과했다. '존중냉장고' 측은 "이번 영상의 반려견 입마개 착용과 관련한 내용으로 진돗개 견주만을 좁혀 보여드려 많은 반려인 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앞으로 저희 제작진은 시청자 분들의 다양한 관점과 정서를 고려하여 더욱 신중을 기해 공감 받는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상처받으신 반려인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의 사과에도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다. 사과문을 접한 누리꾼들은 가장 큰 문제가 됐던 '불법촬영'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과 진돗개 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여론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이 "무성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전히 문제가 된 영상을 삭제 및 수정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제작진에 분노를 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이 유료광고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광고 브랜드의 불매를 주장하기도. 영상속 진돗개 견주라고 밝힌 누리꾼의 법적 대응 댓글에도 "응원한다", "도움 드리겠다"는 반응이 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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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존중냉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