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이 외압 의혹으로 인해 폐지 기로에 놓였다. KBS PD 협회는 메인 MC 자리에 조수빈이 불발되자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 제작진 해산 등을 지시 받았다며 불합리하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저널 그날’을 둘러싼 외압 의혹은 지난 13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정비 후 첫 녹화를 앞두고 있던 ‘역사저널 그날’은 배우 한가인을 새 MC로 확정하고 패널, 전문가 섭외 및 대본까지 마친 상태에서 사측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미디어 특위 위원 등을 지낸 전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낙하산 MC로 밀어붙이려다 무산되자 방송을 폐지키로 했다. 조수빈 측은 섭외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반박하면서 외압 의혹에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외압 의혹에서 가장 쟁점인 건 조수빈을 누가, 왜 MC로 기용하라고 했느냐는 부분이다. 제작진이 한가인으로 밝혀진 유명 배우를 섭외하고 코너 촬영까지 마친 상태라고 보고했는데, 첫 녹화 3일 전 갑자기 조수빈을 MC로 쓰라고 지시하고, 이 내용이 무산되자 프로그램을 무기한 부류하며 폐지 기로에 두게 했느냐는 것.
14일 KBS PD 협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C 섭외 막전막후를 공개했다. ‘유명 배우’(한가인)를 MC로 섭외 확정하기로 한 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꽃다발과 기획안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됐다. KBS PD 협회 측은 “유명 배우 분을 메인 MC로 섭외 확정한 날 준비한 꽃과 기획안 사진을 제작진이 찍었다. 그날 배우 분께서는 이런 프로그램 MC를 맡게 되어서 준비하면서 역사 관련 서적을 들고 나와서 공부하고 있고 이런 이야기를 당일에 나눴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수빈을 MC로 기용하라는 지시에는 모두가 이례적으로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기훈석 중앙 위원은 “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간부, 모든 PD가 조수빈이 들어온 걸 반대했다. 부장, CP, 국장까지 이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정도면 철회를 하는데 누구의 지시가 있고 명령이 있기에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수빈이 안하겠다고 하면 안하면 되는데 그 사람이 안 한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제작진, 국장 등 고위 간부가 편지를 쓰고 면담을 요청하고 읍소하는데도 왜 고위직들은 이런 무리수를 두는거냐. 누가 그 분을 밀어 넣은건지, 그 분은 누구의 부탁을 받고 이러는건지 의문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BS PD 협회는 ‘역사저널 그날’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기훈석 중앙위원은 “‘역사저널 그날’은 10년 넘게 이어오면서 논란이 없었다. 400회 동안 정치적 이슈로 심의를 받은 적이 없다. 내부 구호가 ‘논란 제로’였다고 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만들어 온 프로그램이다. 22년 동안 PD로 일해오면서 각종 외압, MC 교체, 아이템 변경은 많이 겪었으나 이번에는 너무 이례적으로 독특하다”고 말했다.
KBS PD 협회는 박민 KBS 사장이 진상 조사를 지시했지만 임원들마다 말이 다르다며 전형적인 ‘책임 돌리기’라고 규탄했다. KBS PD 협회는 “이제원 본부장은 긴급이든 정규든 취임 후 TV편성 위원회에 참석한 적이 없으며, 그 사유를 자기의 권한이라고 한다. 벌점을 받을 수 있는 주요 평가 항목이라고 해도 답이 없다. 이럴 경우 회사 전체 차원으로 공정방송위원회에 올리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응하지 않으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배임 행위를 감사실에 고발할지, 경찰, 검찰에 고발할지 검토하겠다. 위반 사항 등에 대해서도 압박할 것이고, 제작진이 외롭지 않게 내부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강경 투쟁 입장을 표명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