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강을 자부하던 프로야구 KT 위즈 선발진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구상했던 5선발 로테이션 가운데 무려 4명이 부상 및 휴식을 이유로 이탈하며 당분간 플랜B를 넘어 플랜C 가동이 불가피해졌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4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벤자민이 3주 정도 전력에서 제외될 것 같다”라고 비보를 전했다.
시즌에 앞서 총액 140만 달러(약 19억 원)에 재계약한 웨스 벤자민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을 남기고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왔다.
벤자민은 0-2로 뒤진 2회말 무사 2, 3루 위기에서 두산 헨리 라모스 상대 볼 2개를 연달아 던진 뒤 벤치에 교체 신호를 보냈고, 자진 강판했다.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발생하며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벤자민은 다행히 13일 병원 검진 결과 특이소견을 받지 못했다. 뼈, 인대, 근육 모두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오며 큰 부상을 피했다. 다만 선수가 계속해서 팔꿈치와 전완근 부위에 불편함을 느꼈고, 의사 또한 일주일 휴식을 권유하면서 경기가 없는 1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벤자민은 병원 검진 이후 이강철 감독을 찾아가 최대 3주 휴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현장에서 만난 KT 관계자는 “병원 소견이 따로 없었지만 선수가 3주 휴식을 요청했다. 본인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했고, 감독이 이를 수락했다”라며 “물론 3주는 선수가 정한 기간이라 이보다 복귀가 빨라질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선발왕국으로 도약한 KT는 올 시즌 또한 윌리엄 쿠에바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신인왕 출신’ 소형준까지 여름 복귀를 앞두고 있어 LG, KIA와 함께 우승을 다툴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고졸 신인 원상현으로 전반기를 버틴 뒤 소형준의 컴백으로 완전체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부상 악령이 KT의 마법을 방해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건 5년 107억 원 비FA 다년계약 첫해를 맞이한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이탈. 4월 초 우측 팔꿈치 굴곡근이 미세 손상되며 3주 재활 소견을 받았는데 약 40일이 흐른 현재 아직 투구 훈련도 실시하지 못했다. 최근 고영표가 피칭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강철 감독은 14일 “아직 피칭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냥 마운드에서 공 한 번 던져본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5월 말 복귀도 어려워 보인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여기에 ‘예비 FA’ 시즌을 맞이한 엄상백이 15일 휴식 차원에서 1군 말소될 예정이다. 엄상백은 14일 수원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 호투했지만 사령탑은 올 시즌 부침을 겪고 있는 엄상백의 휴식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소형준을 시작으로 고영표, 벤자민, 엄상백이 차례로 이탈, 5선발 로테이션에서 에이스 쿠에바스 1명만이 생존한 셈이다.
KT는 초반 김민, 이선우 등을 대체선발로 쓰다가 신인 육청명에게 기회를 부여하며 선발 로테이션 5명 가운데 2명(원상현, 육청명)을 고졸 루키로 꾸리고 있다. 원상현은 시즌 8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76, 육청명은 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6.04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터. 이 감독은 당초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로테이션 제외 플랜을 구상했지만 벤자민, 엄상백의 이탈로 어쩔 수 없이 신인 듀오에게 계속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 벤자민과 엄상백의 공백은 일단 불펜 요원 주권과 성재헌이 메운다. 이 감독은 이선우, 조이현, 손동현, 김민 등 수많은 대체선발 자원 가운데 두 명을 택한 이유에 대해 “주권은 그래도 제구력이 있는 투수다. 또 성재헌은 오늘(14일) 2군에서 잘 던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갖고 있다. 제구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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