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진영(27)은 지난해 홈런 10개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가 61타석당 1개꼴로 홈런이 역대 6번째로 안 나온 시즌이었지만 이진영은 첫 10홈런으로 장타력을 뽐냈다. 리그 전체로 봐도 10홈런을 넘긴 20대 외야수는 이진영이 유일했다.
지난해 전체 성적도 121경기 타율 2할4푼9리(358타수 89안타) 10홈런 50타점 57득점 53볼넷 127삼진 출루율 .344 장타율 .394 OPS .738로 준수했다. 타율은 조금 낮아도 타율 대비 출루율이 1할 가까이 높았고, 일발 장타력까지 발휘하며 한화 타선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연봉도 39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79.5% 상승했다.
지난해 주 포지션은 우익수(80경기 53선발 509⅓이닝)였지만 중견수로도 31경기(27선발 195⅓이닝)을 뛴 이진영은 올해 한화의 주전 중견수 후보 1순위였다. 지난해 5월 부임 후 이진영을 중용하며 1번타자로도 활용했던 최원호 한화 감독은 “WAR 3(스포츠투아이 기준 3.32) 이상 기록했다. 이 정도 성적을 냈으면 우선권을 줘야 한다”면서 이진영을 올해 주전 중견수 후보로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주 멜버른,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 기간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비시즌에 개인 훈련을 하며 컨택률을 높이기 위해 폼에 변화를 준 것이 잘 맞지 않으면서 타격 밸런스가 깨졌다. 최원호 감독은 “더 잘하기 위해 개인적인 투자를 하면서 변화를 줬는데 잘 안 됐다. 선수들이 욕심을 낼수록 그런 경우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시범경기 때부터 원래 폼으로 돌아갔지만 한 번 무너진 밸런스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9경기 타율 2할(15타수 3안타)에 머물렀다. 웬만해선 이진영을 주전 중견수로 쓰고 싶어 했던 최원호 감독도 어쩔 수 없이 2군으로 내려보냈다.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한 이진영은 지난달 5일 1군 콜업을 받았다. 그러나 한 달간 23경기 타율 2할(55타수 11안타) 8타점 9득점 6볼넷 18삼진 출루율 .302 장타율 .273 OPS .575로 부진했다. 공인구 반발력이 상승한 시즌이지만 홈런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만큼 장기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 6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간 이진영은 설상가상으로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 8일 서산구자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KIA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뒤 2차전도 3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들었지만 첫 타석부터 대타로 교체됐다. 왼쪽 손목 통증 때문이었고,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수술을 해야 했다.
손목 뼈인 유구골 골절상으로 지난 14일 서울 김상수마이크로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 약 3개월 소요 예정으로 15일 퇴원 후 재활 스케줄을 잡는다. 회복 이후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1군에선 빨라야 8월말쯤 볼 수 있다.
풀타임 주전 도약이 기대된 시즌에 부진과 부상이 겹친 이진영의 아쉬움이 누구보다 크겠지만 팀으로 봐도 큰 악재다. 한화는 올 시즌 중견수 자리에 주인이 없다. 이진영(19경기 12선발 109이닝)을 비롯해 임종찬(16경기 15선발 105이닝), 김강민(11경기 6선발 58이닝), 정은원(6경기 6선발 46이닝), 이원석(13경기 25이닝), 장진혁(2경기 2선발 18이닝), 이명기(1경기 1이닝) 등 7명의 외야수들이 번갈아 맡았지만 주전으로 자리잡을 만한 성적을 낸 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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