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전 통역 법정서 "무죄 주장"...형량 줄이려 끝까지 몸부림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4.05.15 10: 40

최종 형량 협상 위한 요식 행위
[OSEN=백종인 객원기자]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29)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39)가 예상대로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끝까지, 철저히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즈하라는 15일(이하 한국시간) LA 연방 지방법원에서 열린 전신 사기(은행 사기)와 허위 세금 신고 혐의에 대한 인정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절차상의 단계이며, 곧 유죄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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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는 이미 지난 9일 검찰과 상당 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비교적 솔직한 진술로, 충실히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법정에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재판부에 감형을 권고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다만, 이날 인정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한 것은 앞으로 남은 형량 협상(플리 바겐, plea bargain)을 최대한 유리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인정신문은 5분 만에 끝났다. 넥타이를 하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출두한 미즈하라는 “검찰의 공소장에 적힌 혐의 내용을 수긍하냐”는 판사의 질문에 대해 “아니다. 무죄(not guilty)를 주장한다”고 답했다.
본래라면 이는 “검찰의 기소 내용이 잘못됐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억울한 부분을 소명하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여기에 따라 법원은 재판 기일을 7월 4일, 예심은 6월 14일로 잡았다. 담당 판사도 배정했다.
그러나 재판은 열리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 전에 최종적인 형량 합의를 통해 기소가 이뤄지면, 별도의 법정 다툼 없이 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즉, 이날의 ‘무죄 주장’은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미즈하라와 그의 변호인은 이날 보도진의 질문에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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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1700만 달러, IRS 100만 달러...최대한 배상 노력하겠다"
법정 형량은 1700만 달러(약 232억 원) 이상을 빼돌린 전신 사기의 경우 최대 30년형, 100만 달러 이상의 허위 세금 보고의 경우 최대 3년형에 달한다. 그러나 플리 바겐을 통해 검찰은 이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구형하게 되고, 실제 판결은 여기서 더 낮아질 수도 있다. 1심 최종 판결까지는 몇 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과정에서 오타니는 참고인 자격으로 두 차례 검찰에 출두해 조사에 응했다. 여기서 자신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단말기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 결과 검찰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채무 변제에 대해 알고 있거나,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는 ‘피해자’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미즈하라가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자신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빼돌린 1700만 달러와 IRS(국세청) 허위 보고로 미납된 세금 115만 달러에 대해서는 앞으로 성실하게 변제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복역을 마치면, 출소와 동시에 (국외) 추방 절차를 밟게 된다.
이날 인정신문은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돼 보도진의 출입도 제한됐다. AP 통신은 “보도의 자유 침해”라며 항의서한을 제출했고, 현장에 있던 기자 48명 중 46명이 여기에 서명했다. 비공개 명령을 내린 담당 판사는 “보안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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