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5년 만에 110구를 던진 것은 역시 본인의 의지가 컸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류현진의 공에 믿음을 갖고 밀어붙였다.
류현진은 지난 14일 대전 NC전에서 6이닝 8피안타 1볼넷 1사구 8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했다. 팀이 3-2로 리드한 상황에서 내려가 시즌 3승 요건을 갖췄지만 7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해 승리가 날아갔다. 경기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4-4 무승부.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가 화제였다. 6회까지 무려 110구를 던졌다. 류현진이 투구수 110구를 넘긴 것은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지난 2019년 5월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116구) 이후 5년 만이다.
5회까지 투구수 90개였지만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0개를 더 던졌다. 이번 주에는 화요일과 일요일(19일 대구 삼성전), 주 2회 등판이라 벤치에서 5회를 마친 뒤 류현진의 6회 등판 의지를 물어봤다. 류현진은 “6회까지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1실점을 추가로 내주긴 했지만 110구 투혼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최원호 감독은 15일 NC전을 앞두고 류현진 교체 상황에 대해 “다음 등판이 4일 휴식 턴이라 본인에게 의사를 물어봤다. 4일 턴이 아니었다면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더 던지게 했을 것이다. 공이 안 좋거나 구위가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100구를 넘긴 뒤에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게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트랙맨 기준으로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6km로 측정됐다. 지난달 11일 잠실 두산전과 함께 올 시즌 가장 빠른 속도. 6회 2사 1,3루에서 마지막 타자 손아섭을 헛스윙 삼진 처리할 때 던진 직구 구속은 트랙맨 기준 시속 147km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갈수록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최 감독도 “류현진답게 로케이션이나 변화구 제구가 안정적이다. 어제 상대팀 외국인 투수(다니엘 카스타노)와 에이스 맞대결이었는데 경기를 타이트하게 끌고 가줬다. 에이스답게 훌륭한 투구를 했다”고 칭찬했다.
어느덧 시즌 9경기를 치르면서 빌드업도 완전히 마쳤다. 최 감독은 “투수들이 5월 어린이날부터 중순이 되면 베스트 스피드가 나온다. 이제 빌드업은 다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류현진이 4일 쉬고 19일 대구 삼성전에 정상적으로 선발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는 이날 NC 우완 선발 신민혁을 맞아 최인호(좌익수) 안치홍(지명타자) 요나단 페라자(우익수) 노시환(3루수) 김태연(1루수) 이도윤(유격수) 문현빈(2루수) 박상언(포수) 장진혁(중견수) 순으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펠릭스 페냐.
주전 포수 최재훈과 유격수로 뛰던 황영묵이 낮경기를 맞아 선발에서 빠졌다. 이날 이명기가 2군으로 내려가면서 1군에 콜업된 장진혁이 9번타자로 바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선수단 전체에 커피를 쏘며 사기 진작에도 나섰다. 힘겨운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화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