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시리즈 4천만 돌파, 3개 작품 연속 '트리플 천만' 등의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상업영화 시리즈로서 '범죄도시4'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 "표값도 비싼데...쉽고 재미있어야 보죠"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 및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지난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의 네 번째 시리즈물로 지난달 24일 개봉 첫날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개봉 22일째인 오늘(15일) 오전 7시 30분,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원펀맨' 마동석의 응징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시리즈물이라는 점이다. 다수의 작품에서 강력한 펀치 한 방으로 악역을 쓰러트리는 모습을 보여준 마동석이지만, 그가 2시간 안팎의 런닝타임을 시종일관 유쾌하고 호탕하게 꾸며주는 모습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유일했다.
시작부터 한국의 '분노의 질주'를 표방해온 바 대로, '범죄도시'는 오락 상업 영화라는 본질에 충실했고 '범죄도시4'까지 그 기조를 일관되게 가져오고 있다. 티켓값 1만 5천원을 두고 유독 비싸다는 관객들의 반발심이 치솟은 가운데, "내 돈 내고 우울한 영화 보기 싫다"는 기대심리 또한 상승해온 터다. 여기에 이에 '범죄도시' 시리즈는 적어도 웃으면서 보고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을 심어줬고, 이는 '범죄도시4'까지 흥행하게 만들었다.
# '트리플 천만' 한국도 시리즈 영화 되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범죄도시4'를 통해 해당 시리즈가 '범죄도시2', '범죄도시3'에 이어 세 작품 연속 천만 관객을 돌파한 점이다. 소위 '트리플 천만'으로 불리는 놀라운 성적은 한국 영화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국내 개봉작 중에는 외화를 통틀어도 시리즈 물 중 세 작품 천만 영화를 기록한 건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뿐이었다. 적어도 한국 시장 안에서 '범죄도시' 시리즈에 거는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이 '어벤져스' 못지 않았던 셈이다.
OTT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시즌제, 시리즈물의 가능성은 계속해서 커져왔으나 국내 영화에서 시리즈물의 성공은 드물었다. '신과 함께'처럼 방대한 원작 세계관을 토대로 시리즈물로 제작되거나, '해적' 혹은 '탐정'과 같이 대형 배급사의 지원 속에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일이 예외적이었다. '조선명탐정'이 2010년대 시리즈물로 드물게 명맥을 이어왔으나 천만 영화까지는 못 됐다.
여기에 '범죄도시4'가 '트리플 천만' 영화에 등극하며 한국 시장에서 국내 시리즈물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연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8편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범죄도시4'를 통해 1부가 마무리된 셈이라고 밝힌 바. 여덟 번째 시리즈까지 전대미문의 기록을 계속해서 써나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비수기 뚫어낸 흥행작, 극장가를 살려줘
흔히 4월은 극장가의 비수기로 꼽힌다. 봄철을 맞아 대중의 문화 생활이 실내보다는 야외 위주로 전환되고, 나들이객 또한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단지 극장 뿐만 아니라 방송가 또한 봄을 가리켜 '시청률 춘궁기'라고 부르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범죄도시4'는 이에 해당하는 지난달 24일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기간에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극장가 불황을 끊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비수기인 만큼 개봉시기에 경쟁할 만 한 이렇다 할 한국 영화가 없던 점은 역으로 작품 흥행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지 극장가 불황이라서가 아니라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과 이에 대한 극장가의 선호도가 예견되는 가운데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개봉을 조율한 작품들이 많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만큼 '범죄도시' 시리즈의 아성이 높고 동시에 관객들의 극장 방문을 이어가줄 작품이 한국 영화계에 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4년 여의 시간. 그 후폭풍으로 역대급 불황을 직격탄으로 맞은 국내 영화계에서 '범죄도시4'의 흥행은 눈여겨 봐야 한다. 뉴노멀이 트렌드가 아닌 보편화가 된 시대에 성공하는 영화의 기준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를 '범죄도시4'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겨냥해 작품성에 매진해온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국 영화 시장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기능해온 작품들도 존재해왔다. 대중을 위한 상업 영화로 '범죄도시4'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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