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박정우까지 던지려고 준비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17일)을 돌아보면서 투수 운영의 아찔했던 뒷이야기를 밝혔다.
KIA는 전날 접전 끝에 7-4로 승리, 1위를 수성했다. 나성범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4타점을 쓸어담았고 승리로 연결됐다. 7회 역전타, 9회 쐐기 투런포로 승리로 손수 인도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 입장에서는 전날 경기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3연투 상황이 걸려있었던 최지민 곽도규 장현식 정해영 등이 휴식을 취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체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온 김건국도 1이닝만 소화하고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강판됐다. 불펜에는 김사윤 김도현 윤중현 이준영 전상현 정도만 가용할 수 있었던 상황. 이들이 나머지 8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그래도 김사윤 3이닝-윤중현 1이닝-김도현 2이닝-이준영 1이닝-전상현 1이닝으로 NC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기적적인 승리였다.
이범호 감독은 전날 경기르 돌아보며 “필승조들이 못 나오는 상황에서 남은 투수들이 잘 버텨줬다. 어제 같이 경기만 해주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라고 설명했다.
김건국의 부상 강판은 이범호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는 “1회 아마 박건우에게 던질 때 마운드에서 미끌린 것 같다. 안 좋다고 해서 바로 뺐고 다행히 김사윤이 길게 던져줬다”라고 설명했다.
김건국이 부상으로 강판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닝을 더 끌고 가야 했던 상황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어제 불펜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5명 밖에 없었다. 3~4이닝은 던져줬어야 했다. 김사윤까지 2명이 5~6이닝을 끌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접전 승부가 연장까지 이어지지 않은 게 천망 다행이다. 이범호 감독은 비상상황까지 생각했고 최후의 경우로 야수 등판까지 염두에 뒀다. 그는 “연장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연장 갔으면 (장)현식이 몸을 풀려고 했었다. 10회까지는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11회까지 갔으면 (박)정우를 던지게 하려고 준비했다”라고 언급했다.박정우는 2017년 2차 7라운드로 지명을 받고 입단한 좌투좌타 외야수로 올해 빠른 발과 강한 어깨로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퓨처스리그를 호령하고 1군에 콜업된 박정우는 대주자 및 대수비로 기회를 잡았고 지난 12일 SSG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선발 출장해 멀티히트를 때려내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가 퓨처스에 있을 때 타격이 정말 안되고 있을 때 ‘투수 한 번 해봐라’라고 해서 마운드에서 피칭을 시켜본 적이 있다. 그런데 공을 잘 던지더라 143~144km 정도까지 나왔다”라면서 “그래서 연장에 가면 장현식을 10회에 쓰고 연장 가면 진짜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던져도 145km 정도는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만큼 진심이었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의 생각한 고육지책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성범이 9회 달아나는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승부의 추를 완전히 가져왔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의 활약에 “저런 모습이 간판 선수의 모습이다. 팀의 가장 중요한 선수가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는 팀이 강팀이다”라면서 “그래서 우리가 (나)성범이의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팬들도 컨디션을 찾기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간판 선수가 한 방 쳐주면 분위기도 달라진다. 마지막에 성범이가 쳐주면서 다른 선수들도 아마 기분 좋게 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