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간과할 수 있는 사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자부심이 될 만한 순간이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투수 황동하(22)는 모두의 자부심이 됐다.
황동하는 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입단한 황동하는 입단 3년차, 통산 20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감격의 데뷔 첫 승. 스스로 일군 첫 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기 후 황동하는 ‘대투수’ 양현종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황동하만큼 간절한 선수는 없었겠지만, KIA 동료들 모두가 기다렸던 데뷔 첫 승이었다.
진북초-전라중-인상고를 나온 황동하. 전북 정읍에 위치한 인상고는 2012년 12월에 창단한 신생 야구단이었다. 역사도 짧고 동문들의 힘도 강하지 않다. 프로야구 판에서 인상고 출신의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창단 11년 5개월 만에 인상고 최고의 ‘아웃풋’ 선수가 나왔고 그 선수가 바로 황동하가 됐다.
인상고 출신으로 신인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선수는 역대 단 3명. 2021년 2차 9라운드 박제범(SSG), 2022년 2차 4라운드의 전희범(두산), 그리고 황동하였다.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인상고는 황동하의 존재 덕분에 다시 한 번 야구부의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황동하는 첫 승을 거둔 뒤 “후배들에게 가끔 연락이 온다. ‘어떻게 던져야 하냐’ 등 이런 것들을 많이 불어보긴 한다”라면서 “저도 후배들에게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후배들을 위해서 좀 더 열심히 던졌던 것 같다”라며 인상고 야구부의 자존심을 지키고 위상을 떨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황동하로서는 지난 겨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이기도 했다. 황동하는 지난해 겨울, 구단이 추진한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에 발탁됐다. 이의리 윤영철 정해영 곽도규 등과 함께 비시즌 미국 시애틀로 날아가 드라이브라인의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그 결과 황동하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1.6km에서 143.4km로 2km가량 상승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구속이 빨라지면서 다른 변화의 위력도 상승했고 경기 운영 능력도 더 좋아졌다. 그는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전문적으로 배웠다고 할 수 없었다. 그때 교정도 많이 했고 변화구의 디테일 등 던지는 방법을 배워서 투수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치님들이 저를 보고 ‘공을 던질 줄 알고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투수’라고 평가를 해주셨다. 다만 자꾸 맞아나가는 것은 구속 문제도 있었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이제 구속이 빨라지니까 자신감도 더 생기는 것 같다.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자신했다.
윌 크로우, 이의리 등 기존 선발진들의 부상으로 황동하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황동하는 더 이상 ‘대체선발’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평소에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선수인 듯 앞으로도 활약을 이어나가고 싶다.
그는 “대체선발이라고 하면 약간 위축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저도 레귤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저도 로테이션을 도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던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던질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지금의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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