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잠도 잘 안 와". 흔한 인사 한 마디마저 울림을 남긴다. 원로 배우 최불암이 '수사반장 1958' 마지막 엔딩을 장식하며 첫 방송 특별출연에 이어 '용두용미'를 몸소 완성했다.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 지난 18일 방송된 10회(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마침내 '박 반장'이 된 박영한(이제훈 분)과 그를 중심으로 한 종남경찰서의 이야기가 뭉클함을 선사했고, 백도석(김민재 분)에게 정의로운 법의 심판이 내려지며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안겼다.
그 중에서도 '수사반장 1958' 최종회의 백미는 엔딩에 등장한 노년의 박 반장, 최불암이었다. 지난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송된 원작 '수사반장'에서 박영한으로 활약한 그는 '한국의 콜롬보'로 자리매김하며 '수사반장'의 브랜딩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이에 '수사반장 1958' 첫 방송에서도 노년이 된 박영한이자 대를 이어 정의로운 경찰의 길을 걷는 손자 박 형사(이제훈 분)와 후배 경찰들을 격려하며 시리즈의 맥을 이었다.
'수사반장 1958' 마지막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최불암은 과거 '수사반장'에서 범인 역할로 함께 했던 배우 이계인, 송경철과 재회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들은 세상을 떠난 종남서 형사들 김상순, 조경환, 김호정을 그리워 했다. 젊은 박영한(이제훈 분)과 함께 했던 김상순(이동휘 분), 조경환(최우성 분), 서호정(윤현수 분)이 최불암의 '수사반장' 속 시간도 뛰어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그 자체로 뭉클함을 자아냈다. 더 이상 '종남서 4인방'은 없는 것이었기 때문.
그러나 노년의 박영환, 최불암은 그들을 잊지 않았다. 국립 묘지를 찾아 동료들의 비석에 인사했다. "오래간만이야. 자주 못 왔어. 잘 있었어? 건강하지?"라는 그의 인사는 마치 비석 아래 흙 속이나 하늘 위 어딘가가 아닌 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건네는 여상한 인삿말 같았다.
특히 그는 "나도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 자네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지 잠이 잘 안 와"라는 그의 고백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트레이드 마크 같던 트렌치 코트 한 벌에 의지해 해질녘까지 무덤가를 뜨지 못한 그는 "이제 간다"라며 동료들에게 경의를 담아 경례했다. 노구를 이끌고도 손끝까지 힘을 준 경례에 이어 나온 말은 "충성"이 아닌 "안녕"이었다.
장수 드라마 '수사반장'에 비해 단 10부작으로 구성된 '수사반장 1958'을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 최불암은 등장만으로 '수사반장 1958'에 그가 활약했던 '수사반장'의 18년 세월을 덧입혔다. 여전히 경례에 형식적인 충성이 아닌 '안녕'이라는 정감 있는 인삿말을 덧붙일 줄 아는 서민적인 '박 반장' 최불암은 '수사반장' 그 자체였고, 그의 존재감이 '수사반장 1958'에 짧은 특별출연 만으로도 힘을 더했다.
'수사반장 1958'은 시간을 거슬러 '박 반장'의 탄생기를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청년 박영한에 이어 그의 손자로도 등장했던 청년 이제훈은 다시금 현대적인 박 반장 '박 형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최불암의 묵직했던 안녕이 고별이 아닌 새로운 인삿말로 응답받길 기대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