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이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김호중은 콘서트를 강행했고 팬들은 변함없는 믿음으로 화답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인가 ‘눈막귀막’ 맹목적인 팬심인가.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신사동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마주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후 김호중의 매니저는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이 김호중의 차량을 운전했다고 자수했지만 17시간 뒤 경찰조사를 받은 김호중은 추궁 끝에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서울 강남 경찰서는 김호중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 17시간이 지나서야 김호중이 경찰에 출석한 까닭에 음주측정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경찰은 음주운전 가능성도 조사 중이며, 매니저에 대해 범인도피죄 등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에 김호중의 소속사 이광득 대표는 지난 16일 "김호중은 지난 9일 친척이자 소속사 대표인 저 이광득과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 김호중은 먼저 귀가하였고 귀가 후 개인적인 일로 자차를 운전하여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다.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라며 "이 모든 게 제가 김호중의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17일 국과수로부터 김호중이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받았다. 국과수는 '사고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이 지난 것으로 비춰 음주 판단 기준 이상 음주대사체(신체가 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가 검출돼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김호중이 9일 오후 사고를 내기 전 유흥주점 방문에 앞서 일행과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을 방문해 주류를 곁들인 식사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들은 음식과 함께 소주 약 5병, 음료수 3병 등을 주문해 나눠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호중은 일행과 함께 1시간 30분여 뒤에 자리를 떴고, 차로 7~8여분 떨어진 거리의 강남구 청담동 한 고급 유흥주점에 들렀다.
해당 유흥주점에서 김호중은 오후 10시 50분께 나왔고, 대리기사를 불러 강남구 자택으로 귀가한 후 다시 자신의 차량을 몰고 나와 문제의 사고를 냈다. 사고 발생 후에는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고 17시간 뒤에 경찰서에 출석했다. 이에 경찰은 뺑소니 혐의를 비롯해 증거 인멸, 범인 도피 교사, 음주 운전 혐의까지 확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김호중이 시인했다. 그는 19일 "죄송합니다. 김호중입니다.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음주 운전을 하였습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마침내 음주운전 사실을 고백했다.
데뷔 이래 최악의 위기인데도 김호중은 18일-19일 경남 창원에서 예정된 전국투어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를 그대로 진행했다. 14일 뺑소니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그다. 사건 발생 후에도 김호중을 감쌌던 팬들은 변함없이 콘서트에 참석해 김호중을 응원했다.
팬들 앞에 선 김호중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후회’라는 단어"라면서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일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될 것 같다"라면서도 "바깥의 김호중이 있고 무대의 김호중이 있는데, 무대의 김호중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또한 "모든 죄와 상처는 내가 받겠다"는 심경도 덧붙였다.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럼 누가 받아 당연한 소리를 하네”, “교주세요? 세상 모든 죄 대신 받나?”, “죄와 상처요? 벌을 받는 게 아니고요?”, “노양심”, “상처는 교통사고 당한 분이 받으셨겠죠”, “원래 매니저 받게 하려고 했잖아” “상처 말고 처벌 받으세요” 등 쓴소리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팬들의 뚝심은 대단하다. “늘 한결 같은 사랑으로”, “우린 항상 이 자리에”, “별님 힘내세요 보고 싶어요”, “별님께 줄 수 있는 건 마음 뿐”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당신”, “콘서트에 집중해주세요”, “이 또한 지나가리”, “우린 식구잖아요”, “영원히 함께”, “결국엔 당신입니다” 등 한결 같은 응원의 목소리가 팬카페에 가득하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걸까?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시인하며 팬들에게 "진심으로 이번 일에 대하여 우리 아리스 식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죄지은 사람이 말이 길면 뭐하겠냐. 조사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 우리 식구들의 꿈을 저버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사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는 글을 남겨 빈축을 샀다.
하지만 팬들은 “진실되게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다행”, “굳건한 태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잘생긴 모습으로 만나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게 해주세요”, “결과에 상관없이 우린 식구입니다”, “내 식구의 손 놓지 않습니다”, “집에 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순간의 실수는 누구라도 합니다” 등 맹목적인 응원으로 김호중을 보호했다.
이런 까닭에 김호중은 물론 소속사와 팬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김호중의 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를 맹목적으로 감싸는 회사와 팬심에 손가락질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 김호중의 순간적인 잘못된 선택이 많은 이들에게 상처로 남게 됐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소속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