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
고 구하라가 연예계를 발칵 뒤집은 버닝썬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끔 애썼던 조력자로 알려져 다시 한번 세간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BBC Eye’가 제작한 새로운 다큐멘터리 ‘버닝썬 -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가 공개된 가운데 2019년 당시 버닝썬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매체 기자는 “대화록에서 크게 성범죄와 경찰 유착, 두 문제가 드러났다. 경찰 유착과 관련해 해당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구하라가 그 물꼬를 터 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구하라에게 먼저 연락이 왔고 데뷔 초부터 친구이자 정준영과 단톡방 멤버였던 최종훈을 매개체로 버닝썬 사건 취재에 도움을 줬다며 “구하라는 굉장히 용기있는 여성이었다. 저한테 얘기했을 때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리벤지 포르노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성 관련 영상을 뿌리는 일을 가리킨다. 주로 연인사이에서 찍은 성관계 영상을 복수나 협박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다. 몰래 찍은 경우든 아니든 당사자가 모르게 해당 영상을 퍼뜨리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 받는다.
구하라 역시 이 범죄의 피해자였다. 지난 2018년 9월 구하라 강남구 논현동 집에서 당시 연인이었던 최 씨와 다툰 후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당했다. 최 씨는 구하라에게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매체에 제보하겠다며 협박했다. 구하라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최 씨에게 무릎을 꿇으며 동영상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당시 이 사건은 연인 사이에서 벌어진 새벽의 몸싸움으로 처음 비춰졌다. 하지만 실상은 더욱 끔찍했다. 구하라는 연인과 몸싸움을 벌인 폭행에 대한 죗값을 받을 테니 리벤지 포르노를 예고한 최 씨를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했던 이에 대한 배신감보다 여자 연예인으로서 남은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더 컸다.
결국 구하라는 자신이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최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박 및 강요 혐의로 고소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용기를 냈고 최 씨의 처벌을 강력하게 원했다. 얼굴엔 몸싸움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구하라는 숨지 않았다.
최 씨 측은 성폭력 범죄와 상해 등 다른 모든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하고 손괴 혐의에 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1심 재판 선고기일에서 상해, 협박, 재물손괴, 강요 등의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나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최 씨는 항소심을 통해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대법원 역시 이를 확정 지었고 그는 지난 2021년 7월 2일, 1년 만에 형을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그 사이 구하라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는 것. 가해자의 실형 선고조차 보지 못한 채 2019년 11월 24일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가녀린 구하라였지만 그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는 불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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