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현재 신인 투수가 불펜의 에이스를 자처해야 하는 현실이다.
롯데 신인 전미르는 올 시즌 롯데 불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26경기 등판해 1승3패 5홀드 평균자책점 4.74(24⅔이닝 13자책점), 29탈삼진, 19볼넷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첫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조금씩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 기록 외적으로 전미르의 등판 때 수비진에서 도와주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기도 했다.
마무리 김원중이 버티고 있지만 김원중 앞에 등판하는 필승조 투수들이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미르가 신뢰를 받는 거의 유일한 투수가 됐다. 당초 김태형 감독의 구상에서 필승조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로 구승민 최준용 김상수 박진형을 꼽았지만 초기 구상에서 여전히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는 김상수가 유일하다.
리그 대표 필승조 선수인 구승민은 거듭된 부진으로 두 차례나 2군으로 내려갔다. 최근에는 페이스를 점점 되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11경기 평균자책점 15.75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20홀드는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투수였는데 개막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아직 마수걸이 홀드도 따내지 못했다.
박진형은 시즌 초반 약간의 부상으로 개막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4월5일 처음 1군에 콜업됐다. 그러나 열흘 간 1군에 머문 뒤 15일 2군으로 내려갔고 다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김상수가 25경기 2승 4홀드 평균자책점 4.15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현재 가장 믿음을 주는 불펜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전미르가 불펜의 소년가장으로 중요한 순간에 중용 받고 있다. 롯데 불펜진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144경기 종료시 85경기, 79⅔이닝을 소화할 페이스다. 지난해 기준으로 따지면 불펜 이닝 3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불펜에서 SSG 노경은이 76경기 83이닝, KIA 임기영이 82이닝, 두산 김명신이 79이닝을 던졌다.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1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6번째 멀티이닝 경기를 소화했다. 전미르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연장 12회 헛심 공방 끝에 3-3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전미르의 현재 이닝 페이스는 현재 롯데 불펜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 투수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은 그 누구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전미르의 잠재력과 재능, 배포 등을 높게 평가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불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현재 상황이 불가피하게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탈꼴찌를 위해서는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겨야 하기에 홀드 상황이 아니라도 전미르가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도 더러 생기고 있다. 결국 다른 투수들이 전미르의 부담을 덜어주고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
구승민 김상수 최준용 모두 시즌 20홀드 이상을 해본 선수들. 구승민은 4년 연속 20홀드로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했고 올해 역대 최초인 5년 연속 20홀드 기록에 도전했다. 김상수도 2019년 KBO 역대 한 시즌 최다 홀드인 40홀드를 기록한 바 있다. 최준용의 경험은 이들보다 떨어지지만 2021년 20홀드를 따낸 바 있다.
이미 과부하 조짐이 보인다. 전미르의 미래와 체력 보호 등을 위해서는 결국 ‘20홀드’ 경력자 선배들이 다시 분발해서 신뢰를 회복하고 불펜진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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