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이 예정된 해외 협업 공연을 '노 개런티'로 강행한다. 이미 협업 아티스트들이 입국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알려졌지만,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OSEN에 "김호중이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에 개런티 없이 출연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이하 '슈퍼 클래식')는 세계 4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빈 필의 43년 베테랑 연주자인 슈테판 투르노프스키와 26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루카스 스트랫만을 포함해 베를린 필, 뉴욕 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등 세계 4대 오케스트라의 수석과 핵심 정단원들이 협업을 펼치는 공연이다.
여기에 2008년 뉴욕 필하모닉 평양 공연의 주역이자 한국 출신 부악장인 미쉘 김이 악장으로 나서며, 베를린 필하모닉의 비올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박경민, 뉴욕 필하모닉에서 10년 동안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최한나 등과 KBS교향악단, 국내 정상 오케스트라 연주자들도 일부 객원으로 참여한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김호중은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알려진 아이다 가리풀리나, 미국의 유명 소프라노인 라리사 마르티네즈와 컬래버 무대를 펼칠 예정이었다. 그야말로 클래식 역사에 길이 남을 초호화 협업 공연인 셈이다.
하지만 공연을 불과 2주 앞둔 지난 9일, 김호중이 음주 운전 후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호중은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신사동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후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호중의 회사 관계자 A 씨가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이 김호중의 차량을 운전했다며 자수했으며, 김호중은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뒤 귀가했으나 경찰의 추궁에 결국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소속사 측은 "당황한 나머지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호중은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측정을 받았으며 음주는 나오지 않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소속사의 해명에도 음주운전부터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고, 이 과정에 소속사 대표는 "김호중은 9일 친척이자 소속사 대표인 저와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며 "귀가 후 개인적인 일로 자차를 운전하여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듯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사고의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 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 이 모든 게 제가 김호중의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김호중은 18일 예정된 전국투어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공연을 정상적으로 강행했다. 콘서트에서 김호중은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모든 죄와 상처는 내가 받겠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호중은 콘서트를 마친 다음날 공식입장을 내고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그는 "저는 음주 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고개 숙였다. 소속사도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KBS 측은 20일 공식입장을 내고 '슈퍼클래식' 주최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KBS 측은 "주관사인 D사 측에 계약에 의거해 KBS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성실한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을 최고하고 5월 20일 오전 9시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답변 시한 5월 20일 오전 9시가 지난 현재까지 주관사인 D사 측의 답변이 없기에 앞서 최고한 바와 같이 주최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하고 주최 명칭 및 로고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본 사항을 주관사인 D사 측에 통보했다"라고 선을 그었다.
KBS 측은 대체 출연자 섭외를 요청했지만, 주관사인 두미르 측은 KBS에 "출연진 교체 불가" 입장을 통보한 것을 알려졌다. 일정이 촉박해 대체자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KBS는 '슈퍼클래식' 공연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개로 SBS 미디어넷 역시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마지막 공연인 김천 콘서트에서 연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김호중의 '슈퍼클래식' 출연이 확정된 가운데, 공연 티켓의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쏟아지는 항의에 21일 티켓 예매처인 멜론티켓 측은 공지를 통해 "'슈퍼클래식' 티켓 예매 후 취소를 진행한 모든 관객을 대상으로 취소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라고 밝혔다. 이후 해당 공연에는 6천 건이 넘는 취소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취소 공지가 내려진 당일인 만큼 앞으로 취소표가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액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슈퍼클래식' 측은 공연을 취소 없이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호중은 노 개런티로 무대에 오른다. 주관사인 두미르 측은 한 매체를 통해 "김호중이 메인 게스트이긴 하지만 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입국했다. 공연을 안 한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 망신"이라며 강행이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호소했다.
다만 이 모든 논란이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업을 앞두고 음주운전을 한 김호중의 책임감 없는 행동에서 비롯된 바. 음주운전 자체가 말할 것도 없이 잘못된 일이지만,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중요한 공연이 예정돼 있음에도 사고를 일으켜 모두에게 '민폐'를 저지른 것 자체가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OSEN은 '슈퍼클래식' 주관사 두미르 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한편 김호중은 21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경찰서에 비공개 출석해 음주 운전과 사고 후 미조치 혐의 등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김호중은 정문에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검은색 SUV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경찰서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법무부에 김호중과 소속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사고 당일 김호중 대신 허위 자수한 매니저,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등 네 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한 상태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OSEN DB, 생각엔터테인먼트, 공연기획사 두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