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기가 시간을 순간 삭제 시켰다.
지난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ENA 월화 드라마 ‘크래시(극본 오수진, 연출 박준우)’에서 이민기는 보험조사관에서 교통범죄수사팀(TCI)에 합류한 차연호 역을 맡아 너드미의 진수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3, 4회 방송에서 차연호는 '귀신' 소문을 이용해 교통사고를 유발, 렉카 비용과 수리비 등을 과도하게 청구하는 사기 조직 검거에 나섰다.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인 염화칼슘을 찾아낸 차연호는 예리한 추리력으로 염화칼슘과 사고의 연관성을 파악하며 사건을 해결, 민소희(곽선영) 반장의 인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평온할 것 같던 차연호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편함에 꽂혀진 서류 봉투 속 교통사고 기사를 시작으로 풀어진 차연호의 과거는 그의 현재를 설명하기 충분했다. 차연호는 해외 유학을 앞두고 일어난 신혼부부 사망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스스로 고립시키며 지내온 것. '해야 할 일'을 위해 경찰이 된 차연호 앞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낯익은 피의자와 경찰총장 표명학(허정도 분)은 차연호가 잊고있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과거와의 조우를 알리며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이민기는 너드미 넘치는 차연호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캐릭터에 오롯이 녹아들고 있다. 형사라고 생각하기 힘든 넉넉한 핏의 자켓과 코딩 능력자처럼 보이게 하는 동그란 안경을 포인트로 '너드'의 정점을 찍은 이민기는 빠른 전개와 쏟아지는 사건사고 속에서도 작은 표정과 몸짓만으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며 인물이 가진 비밀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기력함과 조금의 버팀도 없이 나가떨어지는 종이인형같은 차연호의 매력은 이민기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완성되며 흥미를 더한다. 특히 차연호는 화려한 액션을 무기로 전방에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는 기존의 장르물 속 주인공들과는 결을 달리하며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몰입도는 물론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는 이민기의 다채로운 활약에 드라마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편 단 4회만에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큰 사랑을 받고있는 ENA ‘크래시’는 칼 대신 운전대를 쥔 도로 위 빌런들을 소탕하는 교통범죄수사팀의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이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