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난조로 1369일 만에 선발승이 무산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김민규(25).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경기를 승리로 마친 뒤 수훈선수로 주저 없이 김민규의 이름을 언급했다.
김민규는 지난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5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80구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를 뒷받침했다.
두산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부상 이탈과 확실한 5선발 부재로 어린 투수들에게 한 달 넘도록 선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 동안 기존 5선발로 낙점된 김동주를 비롯해 김유성, 최준호 등이 차례로 기회를 얻었고, 최준호만 자리를 확실히 잡은 상황에서 마침내 김민규의 차례가 찾아왔다. 이승엽 감독은 퓨처스리그 4경기 평균자책점 0의 김민규를 향해 “잘 던지는 선수에게는 기회를 주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민규는 휘문고를 나와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의 2차 3라운드 30순위 지명을 받았다. 곽빈, 정철원의 동기다. 그리고 프로 3년차인 2020시즌 29경기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89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두산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알렸다. 그해 플레이오프(2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와 한국시리즈(3경기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42)에서 엄청난 역투를 선보이며 ‘가을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민규는 2021년 12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입대해 547일 동안 병역 의무를 이행한 뒤 작년 6월 12일 전역을 명받았다. 지난해 6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32로 1군 분위기를 익혔고, 전역 후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입대 전에도 그랬듯 두산의 스윙맨 자원으로 주목받으며 착실히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다.
23일 경기 후 만난 김민규는 “스프링캠프 때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시즌 초반 어깨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2군에 내려가서 다시 스프링캠프를 한다는 느낌으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라며 “퓨처스리그에서 계속 선발과 중간을 준비했고, 기회가 오면 보직과 관계없이 팀에 도움이 되는 투구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규는 지난해 8월 26일 잠실 SSG전 이후 약 9개월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올라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 148km 직구(46개) 아래 슬라이더(28개), 스플리터(3개), 커브(3개) 등 다양한 변화구를 곁들여 SSG 에이스 김광현과 투수전을 펼쳤다.
김민규는 “(김)기연이 형과 경기 전부터 타자들과 어떻게 승부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형이 리드를 잘해주셨다. 형이 없었다면 무실점을 못했을 것”이라며 “박정배 코치님의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와라’, 김지용 코치님의 ‘너 것만 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라는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내 것만 하려고 했다”라고 호투 비결을 밝혔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호투는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1-0으로 앞선 6회 마운드를 넘겼지만 7회 최지강이 최지훈 상대 1타점 동점 3루타를 맞으며 2020년 8월 22일 인천 SK(현 SSG)전 이후 1369일 만에 선발승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두산 이승엽 감독은 “선발 김민규가 정말 좋은 공을 던졌다. 5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2군 코치진, 스태프 모두 감사드린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김민규는 “동점이 된 순간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바라니까 이뤄졌다”라고 웃으며 “첫 승을 못했지만 계속 좋은 투구하다보면 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가 잘 던지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성숙한 마인드를 뽐냈다.
전역 후 마침내 존재감을 뽐낸 김민규에게 끝으로 2024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다. 던질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올라갈 때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이기는 경기에 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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