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건’이 ‘회장 사모 청부살인 사건’을 들여다본다.
2002년 3월 6일, 새벽 5시. 수영장에 가려고 집을 나섰던 21살 명문대 법대생 하지혜 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온 동네를 헤매며 하 씨를 찾아 나선 가족이 발견한 단서는 아파트 CCTV 영상. 그 속엔 낯선 두 남자가 하 씨를 승합차에 납치해 달아나는 충격적인 모습이 포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열흘 후, 하 씨는 경기도 하남의 한 야산에서 공기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는데... 대체 누가 이토록 하 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걸까.
▲ 살해를 지시한 중견기업 회장 부인
하 씨 부녀 주위 인물들을 수사한 끝에 범인의 실체가 드러났지만 이미 해외로 도피한 상태. 하 씨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해외까지 찾아다니며 범인을 쫓았고 약 1년 만에 공범 2명이 중국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은 놀랍게도 사건의 배후로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을 지목했는데, 국내 굴지 기업의 회장 부인은 대체 왜 하 씨를 살해하라 지시했던 걸까.
▲ 안현모 “말문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사건”
회장 부인의 엽기행각 뒤에는 심각한 망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 씨가 자신의 사위와 불륜관계라고 의심해 20명 넘게 고용해 2년여간 미행을 시키는가 하면 직접 승려복을 입고 뒤를 밟기까지 했던 것이다.
또한 살해청부 사실이 인정돼 수감생활을 하는 중에도 형집행정지를 받아 병원 VIP실에서 생활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안현모는 “말문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하다”며 “온 가족이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호화병실에서 지내는 게 사람이 할 짓이냐”며 분노했고 이혜원은 “이 모든 일을 만들고 장모의 오해를 풀지 않은 판사의 잘못이 너무 크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날 녹화에서는 피해자 하 씨의 친오빠, 하진영 씨가 직접 출연해 22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할 고통스러운 기억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하 씨는 “실종 열흘 만에 동생의 시신을 마주했을 때 파르르 떨리던 동생의 눈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회장 부인이 엄벌을 받도록 끝까지 지켜보고 감시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회장 부인의 어이없는 망상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여대생과 그 가족의 안타까운 이야기,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은 23일 밤 10시 15분, KBS2 ‘스모킹 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