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4월부터 한 달 반 넘게 이어진 극심한 침체기에서 벗어나 최근 6경기 5승으로 반등했다. 에이스 류현진을 중심으로 마운드의 안정과 타선의 사이클 상승이 맞물리고 있다. 여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주루 플레이가 몰라보게 확 바뀌었다.
지난 25일 문학 SSG전에는 승부처 대주자 작전도 성공했다. 2-2 동점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후 김태연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대주자로 이상혁이 투입됐다. 이상혁은 요나단 페라자 타석 볼카운트 1-1에서 과감하게 2루로 뛰어 한 베이스 전진에 성공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세이프로 번복됐다.
이상혁이 득점권에 위치한 한화는 페라자가 삼진을 당했지만 노시환의 자동 고의4구로 이어진 2사 1,2루에서 안치홍이 우중간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결승점을 냈다. 4-2 승리. 대주자로 들어간 이상혁이 결승 득점을 올렸다.
한화는 올해 대주자 작전으로 별다른 재미를 못 봤다. 지난달 17일 창원 NC전에선 3-4로 뒤진 9회 1사 1루에서 대주자 유로결이 견제사를 당해 추격 흐름이 끊기며 패하기도 했다.
대주자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누상에 나가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주루, 작전 연습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팀 구성상 단독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 없었다. 하주석이 지난달 5일 고척 키움전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더욱 소극적으로 변했다. 여기에 타선 침체로 인해 몇 안 되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 주자를 묶어둔 경향이 강했다.
4월까지 시즌 첫 31경기에서 한화의 도루는 9개로 키움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도루 실패는 12개로 성공률(42.9%)은 유일하게 50%를 넘기지 못했다. 올해부터 베이스 크기 확대, 피치 클락 시험 운영으로 발야구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한화만 역행하고 있었다. 누상에서 움직임이 적다 보니 상대팀들 사이에선 “한화전은 장타만 안 맞으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한 팀이 됐다.
하지만 5월 들어 한화는 달리기 시작했다. 5월 20경기에서 도루 18개를 성공하며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리그 전체 5위 기록으로 성공률도 5위(78.3%)로 상승했다. 장진혁과 페라자가 3개씩 팀 내 최다 도루를 했고, 노시환, 이도윤, 최인호가 2개씩 성다. 여기에 이상혁, 문현빈, 황영묵, 김태연, 박상언, 이원석이 1개씩 성공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경기당 도루 숫자가 4월까지 0.29개에서 5월 0.90개로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에서 4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등 최근 7경기에서 무려 11도루로 누상을 휘저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장진혁과 이도윤은 단독 도루 능력이 있다. 이 선수들이 라인업에 들었을 때는 도루 빈도수를 높이려 한다. 상대 투수, 포수에 따라 문현빈, 김태연도 단독 도루를 할 수 있다”며 “작전코치들이 투수 습관, 퀵모션을 보고 선수들에게 그린라이트를 준다. 상황에 따라 뛰지 말아야 할 때만 내가 사인을 준다”고 설명했다.
4월까지 팀 전체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화 선수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컸다. 누상에서 움직임도 경직됐지만 5월 들어 풀리기 시작했고, 갈수록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루 숫자뿐만 아니라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가 나오고 있다. 야구는 던지고 치고 막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과감한 주루 하나로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다. 느림보처럼 굼떴던 한화 야구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활력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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