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날 삼성은 4회까지 0-4로 끌려갔으나 5회와 6회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6-5로 앞서갔다. 하지만 계투진이 흔들리는 바람에 6-7로 아쉽게 패했다.
9회 2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선 4번 김영웅은 롯데의 ‘장발 클로저’ 김원중과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포크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타구는 우중간을 가르는 듯했지만 우익수에게 잡하고 말았다. 김영웅은 타구가 잡히자 헬멧을 벗어 그라운드에 내팽개쳤다.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초롱초롱했던 눈은 어느새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바뀌어 눈물을 흘렸다. 주장 구자욱과 데이비드 맥키넌을 비롯한 동료들은 아쉬움 가득한 눈물을 흘리는 김영웅을 위로했다.
이날 김영웅은 5차례 타석에 들어섰으나 삼진-삼진-좌익수 플라이-중견수 플라이-우익수 플라이로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날 경기에서 5볼넷으로 역대 한 경기 최다 볼넷 공동 2위에 올랐다. 삼성 소속 선수로는 1999년 5월 12일 시민 롯데전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 이후 9144일 만에 나온 기록이다.
진기록을 세운 그는 “유독 공이 잘 보이는 날이었다. 5볼넷은 처음이었다. 동료들도 많이 놀라더라. 이승엽 감독님과 타이 기록이라는 것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5개의 볼넷을 골랐다는 건 그만큼 선구안이 뛰어나고 상대 투수들이 김영웅과의 정면 승부를 피한다는 의미. 김영웅은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도 좋지만 공이 잘 보였던 만큼 안타를 쳤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5볼넷보다 5타수 2안타가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또 “안타를 치면 다음 날에도 뭔가 좋은 기분이 드는데 볼넷만 고르니 조금은 아쉬웠다. 특별히 선구안이 좋아졌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저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생겼고 거기 들어오는 공이 아니면 안 치는 부분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겠지만 삼성이 개막 전 하위권 전력이라는 예상을 보란 듯이 뒤집고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건 김영웅의 활약 덕분이다.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은 홈런도 잘 치고 공보는 눈도 좋아졌다. 필요할 때 자기 스윙으로 타점을 올리고 출루도 잘한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 저 나이에 저런 활약을 하는 게 대단하다”고 호평했다.
또 “그동안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장타 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필요했는데 김영웅이 그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김영웅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이승엽 두산 감독 같은 홈런 타자가 될 재목”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웅은 25일 현재 타율 2할8푼6리(185타수 53안타) 12홈런 33타점 30득점 OPS 0.919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써가고 있다. 입단 당시 대형 내야수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긴 했지만 지난해까지 1군 통산 3홈런에 그친 김영웅이 이만큼 한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까 고개 숙일 이유 없다. 어깨 쫙 펴고 다시 당당하게 마주하면 된다.
/what@osen.co.kr